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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리더들은 왜 철학을 공부하는가]을 읽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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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교수님과 학생들이 대화하는 것처럼 이야기가 쓰여 있다. 게다가 문답형식이라서 편하게 볼 수 있었다. 주인공은 여대생인 민경, 그리고 15명의 철학자 교수님들. 노자, 공자, 맹자,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플라톤은 다들 학창시절때부터 한번쯤은 들어본 유명한 철학자들이다. 노자 교수님의 물질적인 주제로, 플라톤 교수님은 정신적 사랑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강연들을 하신다. 철학을 한번쯤 들춰본 사람들은 '철학'이 대충 뭔지 알 것이다. 나는 철학이 핵이라고 생각한다. 지구의 가장 중심에는 고체 상태의 내핵이 있다. 지구를 단단하게 지탱시키고 중심에서 본질 역할을 하는 그런, 기초 단계. 철학을 몰라도 물론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다. 모든 사람들이 철학에 대해 공부한 것이 아님에도 세상은 잘 돌아가고 있으니까. 그러나 철학을 알고 배워보아야 삶의 질도 높아지고 본질이 무엇인지 깨달으며 살아갈 수 있다. 우리는 분명 전에도, 앞으로도 셀 수도 없이 많은 선택의 순간에 놓일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난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럽고 두렵기도 할 것이다. 그 순간에 난 철학의 힘을 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럴 땐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하면 철학은 당장 눈 앞에 놓인 문제보다는, 본질이 무엇인지. 가장 중요한 것이 뭔지를 상기시켜준다. 그렇게 철학을 배우면서, 나만의 철학을 만들어 나간다. 그것을 바탕으로 하여 살아가는 것, 그게 바로 요점이다. 보통 '철학'이란 단어가 나오면 괜스레 분위기가 심오해지고 무거운 이야기가 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철학은 '딱딱하고 어려운' 키워드로 알려져 있어 보통 사람들은 철학을 주제로 대화하기를 꺼려한다. 사실 철학 자체가 인류가 진화하면서 비롯된 학문이기에 그 규모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이해하기 힘들고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꼭 알아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처음에 이 책 제목에 '세계의 리더들'이란 단어가 있...

[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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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공부에 관한 책은 어떤 방법으로 공부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또 족보처럼 내려오는 흔한 잔소리들이 적혀있다. 그런 내용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이 책을 추천하지 않는다. 이 책은 공부를 대하는 마음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훌륭한 스펙을 가진 수재였다. 서울대 법대, 연세대 경영대 등을 동시합격한 그의 학창시절은 우리가 상상하는 대치동 같은 분위기가 아니었다. 학원 하나 없이 여름엔 벌레들과의 싸움 속 환경이 그의 어린시절이었다. 그 누구도 기대조차 안 하고 잔소리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자신이 스스로 마음을 단련하며 공부했다고 한다. 그는 누구도 시키지 않을 때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스스로 공부하는 재미에 빠지게 된다고 말한다. 난 이분처럼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누구도 내게 공부를 하라고 압박할 권리는 없다. 내 스스로가 하고싶고, 필요하고, 성취감을 느껴 가며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공부는 내 꿈의 디딤발에 불과하다. 대단한 것도 아니다. 난 모두들 공부한다고 따라서 파도타기처럼 하려 하면 큰일난다고 생각한다.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이 있다. 뭘 하든 '목표의식'이 기둥이 되어준다는 것. 목표가 마치 기둥처럼 무엇이든 간에 끝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난 내 꿈을 위해 공부하고, 마냥 억지로 공부하는 것도 아니다. 나름 즐기면서 한다. 내 또래 친구들을 보면, 나 같은 케이스는 드물다. 문득 궁금해서 친구들에게 "너네는 왜 공부해?" 라고 물어보았다. 대부분 "뭘 할지 모르니까 공부라도 해둬야겠어서", "공부가 아니면 할 게 없어서"라고 대답했다. 그 친구들의 삶이니까 내가 뭐라 할 순 없겠지만 친구들이 공부로 너무 스트레스 받고, 그걸 전부로 생각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왜 공부라는 것이 우리에게 무기가 되어버렸나? 다들 공부한다고 하면 힘내라고 하는 이유는 뭘까? 나처럼 나름 즐기면서,...

[차별은 원숭이도 화나게 한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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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감는원숭이를 대상으로 불공평에 대한 실험을 하는 이야기로 책은 시작된다. A 원숭이에게는 오이를, B 원숭이에게는 포도를 주었다. 그런데 A 원숭이가 오이를 거부하며 화를 내는 반응을 보였다. 같은 조건에서 차별을 받은 원숭이의 모습은 인간과 뭐 하나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이를테면 부라던지, 재능이나 심지어는 외모를 가지고도 사람들은 차별을 한다. 심하면 아주 어린 갓난아기때부터 차별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예쁜 아기와 못난 아기를 구분해 차별 대우를 하는 사람이 지구상에 과연 단 한 명도 없을까? 왜 사람들은 차별하는 걸까? 돈이 곧 권력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차별요소 중에서도 돈이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방영중인 드라마 'VIP'에서도,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 식품 시식 코너에서 일하다 하루아침에 VIP 전담팀으로 발령받아 일하게 된 주인공을 보고 놀랐다. 그 이유는 그녀가 발령받은 백화점 부사장의 혼외자식이었기 때문이다. 부사장은 공개적으로 그녀보다 높은 자리에서 일하던 사람들을 아랫사람으로 만들며 서열정리를 하는 등 자기 혼외자식인 그녀를 우위에 위치하게끔 한다. 그녀가 자신보다 훨씬 높은 직급에 있는 VIP 전담팀 차장 앞에서 그렇게 차별대우를 받는 것이 난 충격적이었다. 원래 가난하고 능력 없는데 갑자기 높은 곳에 발령받았다며 욕을 먹던 사람이 돈 많은 백화점 부사장 혼외자식이라고 하니까 이렇게 대우가 달라지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는 만만하게 보던 모든 백화점 직원들이 이제는 한 명도 빠짐없이 그녀에게 높임말을 써가며 조심하게 대한다. 막상 차별 속에서 나 혼자 특혜를 받으면 뭐가 잘못되었는지 모른다. 직접 차별을 받아보고 잘못되었다는 걸 느끼기 전까지는. 하지만 이제는 나 좋으면 그만인 세상 같다. 한 번 차별을 당해 보더라도 내가 다시 혜택을 누리게 되면 "쟤네도 전에 받았는데, 뭐 어때." 라는 생각을 하며 그냥 넘겨 버린다. 이래서 법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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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로 인해 만들어진 '가난'과 '전쟁'때문에 자신의 삶을 잃은 아이들은 세상에 많다.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의 열약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내가 얼마나 행복하고 좋은 환경에서 자라는지 새삼 깨달았다. 이 책은 글자 크기가 크다. 그것은 곧 이 책이 청소년용임을 알려준다. 하지만 나는 읽는 내내 이건 성인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중에는 [낙타몰이꾼 알스하드]라는 이야기가 있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낙타몰이꾼으로 쓰기 위해 납치하거나 그 아이들의 부모에게 돈을 주고 사고판다는 사실에 난 매우 놀랐다. 몇 달 전, '가버나움'이라는 영화를 봤다.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는 그 아이들이 생각하는 자신의 인권 보호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약화되어 있는지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이렇게 좋은 무언가를 마음껏 누리면서도 부족함을 느끼고 어리광을 피우곤 하지만, 책장을 넘길 수록 그 말들은 복에 겨워 하는 소리로 느껴진다. 물론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대표적인 타국과의 확연한 차이점인 '학업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외에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우리가 누리는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 또 교육, 여가 활동, 이 외에도 게임도 마음껏 할 수 있고 화장품을 원하는 대로 사들일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같은 지구촌에서 사는 그 아이들과 우리의 생활은 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나 다른 것일까? 그 아이들은 보호되어야 마땅할 약자들인데 되려 어른들 때문에 하루하루를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그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은 뭘까. 많이 알려진 봉사단체들에 후원을 하는 게 가장 쉬운 일이다. 물론 각자의 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이 책이 많은 어른들에게 읽혀지고, 그들이 능동적인 무언가를 하길 희망하며 독후감을 마치겠다. We must know the importance of having good environment....

[감사하면 달라지는 것들]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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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일기란 뭘까. 책 뒷면에 '감사일기'라는 단어를 보고 나는 초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선생님께서 한 학기 동안 꾸준하게 감사일기를 적으면 칭찬 스티커를 많이 주신다고 했고, 나는 열심히 감사일기를 적었다. 하지만 매일이 비슷한 하루였고, 감사할 것들이나 쥐어짤 소재도 점점 떨어져갔다. 결국 나는 중도 포기를 하고 말았다. "땅땅땅. 포기입니다!" 가 아닌, 정말 쓸 게 없었기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놓아버린 포기였다. 그런데 이 책에서 '감사'에 대한 글을 써서 무려 아마존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는 게 큰 호기심을 유발시켰다. 정말 제목 그대로, 난 이 책에 감사를 표하고 싶었다. 엄청나게 큰 여운과 감동을 주진 않았지만 내 평소의 태도를 돌아볼 수 있었고, 평소의 내 마인드에 조금의 영향을 주었다. 사람들이 평소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에 대한 감사. 물질적인 욕망에 사로잡혀 서로를 너무나 이기적으로 대했던 것에 대한 반성. 내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세상을 보는 시각을 바꾸기 위한 방법. 감사일기를 시작하면 이런 것들이 가능해진다고 한다. 나는, '물질적인 욕망에 사로잡혀 서로를 너무나 이기적으로 대했던 것에 대한 반성'에서 놀랐다. 평소 느껴오긴 했지만 어느 누구도, 내 스스로도 직접적인 인지를 하지 못했던 사실을 직설적으로 비판당한 느낌이었다. 사람의 심리라는게... 어쩌고 저쩌고 하며 '물질적인 욕망'을 일반화시키고 그로 인해 타인에게 주는 상처 또한 당연하다고 만들어 버리는 건 어쩌면 주위에서 숨쉬듯 일어나는 일이다. 우리 모두가 이기적인 면이 있고, 개개인마다 그 농도가 다르다. 하지만 많은 것에 감사하려고 노력하고 자신이 누리는 모든 게 소중하다는 것을 깨닿는 순간, 나라는 사람은 조금 더 겸손하고 나은 사람일 수 있게 된다. 어떤 감사는 때론 상대적이다. 이를 테면 '그러지 못한 사람도 있는데...' 같은. 나와 ...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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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는 소련의 공산주의 혁명가이다. 그는 아인슈타인, 뉴턴, 다윈 등을 누르고 지난 천 년 간 가장 위대한 사상가에서 1위를 차지한 사람이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마르크스는 죽었다." 이렇게 말하며 자본주의 사상을 운운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나는 마르크스가 누구인지도 몰랐고, 처음 보고선 마르크스가 어떤 한 사상인 줄 알았다. 뭐, 어떻게 보면 사상이 맞다. 마르크스의 사상은 수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사람들에게 인정받는다. 마르크스는 그 시기 세계의 사상에 큰 영향을 미쳤고, 현재는 그의 혁명운동보다는 그가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주었는가에 주목한다. 처음 그를 공산주의 혁명가라고 하길래 나는 역사적 악당을 소개하는 책인가, 싶었다. 우리에게 '공산주의'나 '자본주의'는 대개 좋지 않은 이미지로 자리잡혀 있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관념에 의해 오늘날 마르크스는 많이 왜곡되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시민들에게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주고, 여성에게 처음으로 선거권을 주장한 사람이 마르크스였다는 걸 알게 된 순간 깜짝 놀랐다. 그가 주장한 개혁안들은 현대사회에서 높게 평가받아 마땅한 의견들이 많았다. 이런 대단한 인물인 마르크스를 여태껏 모르고 살아왔다는 거에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이제서라도 알게 되어 어디 가서 모르는 것처럼 보이진 않겠다는 생각에 한 편으론 안도하기도 했다. 중국, 북한이 '공산주의'를 하는 나라라는 것밖에 모르던 내가 이 책을 보면서 '공산주의'가 무엇이며 어떻게 생겨났는지, 왜 왜곡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공산주의가 무조건 나쁜 게 아니라 그 개념을 왜곡시킨 집단이 있고 그 집단의 사상이 나쁘다는 걸 여태껏 몰랐다. 만약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지금 내가 공산주의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바뀌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고민해서 뭐 할 건데?]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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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다 해결해줄 거야." 이 말에 진정 위로받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미 널리 알려져 더 이상 와닿지 않는 말이 되어 버렸다. 시간이 다 해결해준다는 말은, 지금이 아니라 더 기다려야 한다는 거잖아. 이 책의 주인공은, 지금 당장 해결하고픈 고민을 한다. 도대체 우리는 왜 걷는가. 무엇을 위해 걷는가. 만복이는 발에 물집이 잡히고 피가 나며 우여곡절 끝에 대회장에 도착하고, 정작 대회장에서는 걷다가 벌러덩 누워 버린다. 그리고 한마디 남긴다. "안 할래요." p176 정말 인상깊었던 문구였다. 사실 난 상처나 고민 따위는 누구에게 쉽게 털어놓지도 않고, 설령 털어놓는다 하면 나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거나 이미 그런 경험을 한 사람과 대화한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가. 정말, 고민해서 뭐 할 건데? 당장 해결 안 되는 답답한 것들은, 머리 아프게 생각해서 뭐 어쩔 건데. 맞는 말이다. 인생이 매일 즐거울 수는 없고, 짜증나는 일이나 못마땅한 상황을 마주할 수도 있다. 우린 겉으로 단단해 보이지만은, 속은 말랑한 십 대이다. 그런 우리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하나의 요소, 걱정거리. 치열한 고민들은 내게 닥친 장애물을 이겨나가는 법을 가르쳐 주고, 성장의 원동력을 제공한다. 그렇기에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건강한 고민은 밑거름이 되고, 디딤발이 되어준다. 어떤 한 사람의 성장을 위해서. 어른들은 이미 이 시기를 거쳐온 사람들이다. 어릴 시절 한 번, 그리고 우리를 보면서 두 번을 느낀다. 이런 경험자들의 공감과 이해는 우리에게 꽤나 큰 위로가 된다. 고민이 많은 것을 고민하지 말아라. 그것은 결국 너희 자신의 자양분이 될 소중한 발판이기도 하니까.

[머리부터 천천히]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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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두 가지의 세계가 있다. '어떤 세계', 그리고 '세계'. 이야기의 화자는 '나', 우경 그리고 병준이 회마다 바뀌면서 진행된다. 병준과 우경은 서로가 전 애인 관계이다. 병준이 큰 사고를 당하고, 어떤 세계 속에서 맴돌게 된다. 중환자실 뒤에 있는 세계지도에는, 환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그 중 병준의 이름이 적혀 있는 두 점. 부산과 오키나와다. 시간이 뒤섞인 공간인 그곳은 늘 여름이며, 카프카가 흑백 사진 안에서 흑맥주를 마시고 있는 '더블린'이라는 술집이 있고, 중앙동 노천카페에서 두 작가와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시공간이다. 그곳은 대체로 1980~90년 쯤 되어 보인다. '여름의 부산'에서 점점 멀어져 오랜 길을 걸어온 병준은 한 주유소로 들어가고 사물, 동물, 그리고 사람을 차례로 마주하게 되고, 순차적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그가 도착한 '어떤 국제'는 사물의 '전구'와, 동물인 '물고기' 그리고 소녀와 대화하는 이상한 형태를 가져 비록 어색하지만 보다 편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다. 부산의 국제시장, 오키나와의 국제거리. 제각기 다른 모습의 국제이지만 병준은 '어떤 국제'를 마치 혜화동 산책하듯 활보한다. 한편 그의 5년 전 애인 우경은 매일같이 병준의 보호자로서 중환자실을 드나든다. 우경은 병준이 오래 전 가족과 연락을 끊은 것을 알고 있지만, 자신과도 한참 전에 연락을 멈췄기에 어째서 자신이 보호자가 되었는지 모른다. 그녀는 기계를 통해 숨줄만을 붙잡고 있는 병준을 보면서 전처럼 큰 감정은 없으나 아예 없다고는 못 할 미묘한 감정이 교차하게 된다. 우경은 주말에 시간을 내서 병실 내 세계지도에 병준의 이름이 찍혀 있는 부산의 달동네부터 가 보기로 한다. 우경은 당최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런 의심 없이 보이는 골목을 들어간다. 이 책은 어렵고 깊은 내...

[나는 나를 좋아할 수 있을까]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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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보단 에세이를 많이 찾는 요즘, 자기 계발서를 사들이는 사람이 많아졌다. 누구나 스스로를 완벽하다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 하지만 본인을 싫어하고 마음에 들지 않아하는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다. 주변 사람들은 잘만 행복하게 사는데, 나만 왜 이럴까. 내가 남들과 뭐가 달라 이렇게 힘든 걸까. 라며 불안해하고, 좌절하기도 한다. 나 같은 경우는 이러하다. 너무 많은 기대와 상상 탓인지, 내가 잘 할거란 큰 확신 때문인지 자꾸 나의 앞으로의 미래가 불안하고 기대만큼 못 할까 봐 스스로 너무 걱정한다.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 같아서, 또 그 길을 밟아와 놓곤 두고 온 일들에 미련을 둘까 봐. 이리저리 갈대같은 마음 때문에 내가 지금 가고자 하는 길이 정말로 맞는 건지 아직은 확신을 못한다. 그래도,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나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오히려 나보다 더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잣대질할 것 같기도 하다. 스스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꾸 나쁜 측면만 바라보고, "아, 현타 온다."며 후회하고. 사실 몰랐다. 내 학교 친구들만 봐도, 다들 너무 잘 살아가는 것 같았다. 세상 살아가는 데 아무 문제 없이 잘 풀리고, 인간관계며 미래에 대한 걱정이며 현재 나의 모습 등에는 만족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난 우울해졌었다. 왜 다들 쉽게 걸어가는 이 길을 난 이렇게 휘청거리는 걸까. 그런데 아니었다. 모두들 같은 생각을 하고, 자기에게 기대를 걸어 만족을 하지 못할까 불안해하긴 다 똑같았다. 이런 에세이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쓴 자기 고백서는 언제나 진실되어 있고 흥미롭다. 자신에게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은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나는 나를 좋아할 수 있을까]를 쓴 작가 이영희는 본래 직업이 기자였다. 늘 기사로만 접할 수 있었던 어느 한 기자의 글이, 에세이로 풀어져 보여지는 게 신기했고 아무 것도 모르는 한 사람의 사생활을 몰래 훔쳐보는 거...

일간 이슬아 수필집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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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부분은 [젊잖은 사이],[유일무이],[물속의 당신] 세 편이다. 제일 와닿았던 건 유일무이. 있을 유 자인 줄 알았던 '유'가, 오직 유 자였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오직 유 자에 한 일, 없을 무 자에 두 이. 말 그대로 유일무이, 우리는 왜 오직 하나뿐인가를 생각하게끔 만드는 사자성어다. 선생님 같이 보였던 주인공은 아이들에게 유일무이가 뭔지 물어보았다. 아이들은 자신의 신체를 살피며 자기에게만 있는 점, 자기만의 흰 손가락, 자기만 가진 사마귀 같은 걸 찾아 썼다. 그런데 소수의 아이들 (한 두어 명 정도) 은 색다른 내용을 적어 가져왔다. 자신의 작고 소중하며 유일한 것을 진짜로 적어왔다. 어린 아이들이 이렇게 적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던 주인공은 감격을 받은 듯했다. 책 속엔 이런 글이 있다. '그 문장들을 읽고 기억하게 되었다. 우리를 고유하게 하는 이유의 대부분은 타인에게 있다는 걸 말이다. 남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나는 이따금 겨우 특별해지곤 했다. 세계에 오직 나만 있다면 고유성이랄지 유일함이랄지 그런 말들은 태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우리의 존재는 타인과 맺는 관계에 의해 끊임없이 새롭게 구성되는데, 그건 축복일까 저주일까?'  우리가 어떤 공간에서 하나 뿐인 생물체였다면, 우린 유일무이라는 개념도 몰랐을 것이다. 타인의 어떤 그들만의 고유성 덕분에 우리 또한 유일무이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유일무이해서 뭐가 어떤데? 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사실 나도 그랬다. 내가 오직 하나뿐이어봤자 뭐가 어때? 라 할 수 있지만, 주위에 있는 소중한 모든 것들. 나만 꿀 수 있는 깊고 진지하며 현명하고 빛나는 생각들과 꿈. 내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을 내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이 주어진다는 거다. 저런 멋진 일들을 남들이 아닌 나만이 할 수 있다는 것이 곧 유일무이한 것과 같다. 우린 우릴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일 수 있다는 것에 감동하고 기뻐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조금은 삐딱한 세계사]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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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편이라고 쓰여 있는 걸 미쳐 보지 못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걸 읽었다면 조금은 덜 지루했을까.. 한 페이지씩 넘길 때마다 졸음이 날 덮쳤다. 이야기는 히틀러와 로마 이야기로 시작한다. 아주 오래 전 유럽의 역사 이야기. 사실대로 말하면 지루하기보단 어렵다는 말이 더 맞는 표현이다. 이번 2학기 중반에 새로 시작하는 역사의 세계사 범위를 조금 더 수월하게 배우고자 하는 마음에, 그리고 약간의 호기심에 꺼내 든 이 책이 이렇게나 어려울 줄은 몰랐다. 그래도 난 오기가 생겨서 1챕터까지는 읽어보자라며 꾸역꾸역 읽어나갔다. 1챕터가 끝나갈때쯤 등장한 '불편함 속에서 피어나는 삶의 여유' 부분은 꽤나 재밌었다. 확실히 유럽이나 미주 쪽을 여행해보니 우리나라 사람들과 속도에서 차이나는 게 느껴졌었다. 이 부분을 읽다 보니 내 경험을 글로 써서 머릿속에 박아준 느낌이었다.  너무 맞는 이야기였다. 내가 여유를 허용하기 시작한다면, 사회로부터 돌아오는 여유는 결국 나의 느림, 여유로움을 이해받을 수 있게 됌이란 것. 그건 여유로운 국가들의 사회에서 암묵적인 약속이며 그들이 살아가는 삶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하는 존재다. 내가 이번 미국•캐나다 여행에서 크게 느꼈던 그들의 삶의 방식이었던 '여유로움'. 왜 미국을 떠올릴 때 자유로운 국가라는 코드가 뒤따라오는지 쉽게 이해시켜준다.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살아볼 날이 올까.

[단숨에 읽는 에피소드 음악사]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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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 학급 문고 한 칸에 자리잡고 있다. 평소 음악에 그리 큰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꽤 다양한 악기들을 배워봤기에 서양 음악사에 대한 책을 한 권 읽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 책 초반에 '피타고라스의 망치'라는 주제의 이야기가 있다. 그 내용은 대충 이렇다. 피타고라스가 음의 화음에 대한 원리를 알고 싶어서 굉장히 많은 시간을 고민하며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산책을 하던 피타고라스가 우연히 대장간에서 대장간이의 망치질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는 크기와 무게가 다른 망치들이 서로 다른 높이의 음을 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이용하여 피타고라스는 마침내 음고 비율 공식을 완성하게 되었다. 그런데 미스테리는, 현재 과학자들이 그 음고 비율 공식을 조금 더 분석해보고 싶어서 망치 소리를 알아보고자 연구했지만 그 원리를 찾아낼 수 없었다. 나는 피타고라스의 그 발견이 정말 놀라웠다. 기술이 발전할 대로 발전한 현대의 과학자들도 못 분석하고 있는 미스테리를 그 옛날 시대 사람인 피타고라스가 발견해냈다는 것이 나에겐 그저 천재의 발견으로밖에 안 보인다. 음악사, 특히 동양 음악사가 난 지루하고 따분했는데 서양 음악사는 나름 괜찮았던 것 같다. 처음 읽을 땐 지루하고 재미도 없을 것만 같았는데, 어려운 내용들을 간략하고 재미있게 풀어내서 읽기 편했던 것 같다. 특히 고대 철학자 피타고라스의 망치 부분은 너무 신기했고 재미있었다. 음악에 대한 지식이 한 켠 한 켠 더 쌓여가는 기분이 들었다. 아쉬운 점은, 책 제목이 너무 진부했다는 거..? 이미 읽어본 독자들은 흥미로웠겠지만 아직 읽지 않은 사람들은 제목을 보고 피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음악에 대한 지식이 바닥을 치던 내게 도움이 되었고 재미있었던 책이었다.

Owen-4 (The end)

에바는 내가 가지고 온 아이패드 속의 어려운 잠금을 5분만에 뚝딱 풀어버렸다. 에바의 컴퓨터가 아이패드 내부를 읽어내는 데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그 시간 동안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어색함을 견디기 어려웠던 나는 먼저 에바에게 말을 걸었다. "저 컴퓨터가 아이패드를 읽어내고 나서는 어떻게 해?" "내 컴퓨터는 우리 아버지가 물려주신 유산이야. 세상 어디에도 없는 최고 성능을 갖춘 기계야. 네가 가져온 아이패드도 지금쯤이면 다 풀었을걸?" 정말이었다. 확인해 보니 아이패드 해독은 약 1분 전에 끝나 있었다. '아이패드의 내용을 읽으려면 암호를 대시오. 제한시간은 4분입니다.' 다 풀렸나 싶던 찰나, 메세지가 하나 더 떴다. 칸은 총 4개였다. 제스퍼의 생일, 집 비밀번호 이외에는 생각나는 숫자가 없었다. 점점 촉박해져 갔다. 거의 30초 정도 남았다. 에바는 옆에서 계속 날 부추기며 어서 풀어 보라고, 이런 건 컴퓨터가 해결하지 못한다고 했다. 머리가 하얘졌다. "네 생일이라도 넣어 보라고! 네가 시작한 일이면서 이제 와서 왜 그러는 거야!! 어떻게든 해봐 어서!!" 내 생일? 5..3..82.. 틱- '암호가 풀렸습니다. 문서를 작성하세요." 됐다. 왜 제스퍼가 암호를 내 생일로 걸어 두었지? 왜? 내 생일을..? 암호를 풀고 나서 이해되지 않는 것들로 인해 머리가 자꾸만 지끈거렸다. 암호를 풀자 소리치며 달려온 에바가 갑자기 조용하다. 뭐지? 그녀는 자신의 컴퓨터를 보며 달달 떨고 있었다.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컴퓨터를 확인하고,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그 자리에서 쓰러져 버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에바의 집 거실에 누워 있었다. 아까 쓰러진 이후로 10분이 지나 있었다. 나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웠다. 말은 멀쩡하게 했지만 제정신이 아니었다. 제스퍼의 문서 속 내용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내용은 온갖 과학...

[Owen-3]

집으로 돌아와 난 제스퍼를 평소대로 대하려고 연기하는 데 온 기운을 다 쏟았다. 에바가 보여준 책은, 솔직히 딱히 큰 수확이 없었다. 아마, 내가 제스퍼랑 한 집에 살아왔기 때문에 그런 거일 수도 있다. 어쨌든 간에 내 임무는 지금부터 제스퍼가 집을 비울 때마다 그의 수상함을 하나씩 낱낱이 파헤치고, 에바와 만나서 얘기하며 궁금증을 풀어야 한다. 실은 굳이 친하지도 않았던 에바와 만나서 해야 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조금 있었다. 그러나 에바의 1급 성능 컴퓨터 없이 나 혼자 한다면 제스퍼에 대한 정보 수색을 할 때 진전 가능성에 한계가 있다. 에바에 대한 신뢰감이 완전히 형성된 건 아니지만 그녀의 힘이 꼭 필요하다. 제스퍼와의 저녁 식사가 끝나고, 나는 그가 외출할 틈을 노렸다. 예상대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는 쉽사리 나갈 생각을 안 했고, 나 역시 제스퍼의 방을 노렸다. 평소와 달리 자꾸 거실과 방을 드나드는 날 보고 제스퍼는 나에게 한마디했다. "조이, 무슨 문제 있어? 아까부터 자꾸 왔다갔다 거리네." "아니에요. 방이 너무 답답해서." 나는 제스퍼가 혹시라도 낌새를 알아버릴까 봐, 그가 집에 있는 동안은 아무 활동도 안 하기로 했다. 그렇게 그 날은 조용히 지나갔다. 자꾸 거슬리는 거실 쪽의 시끄러운 소음 때문에 이른 새벽부터 난 눈이 떠졌다. 뭔가 싶어 밖에 나가 보았는데 제스퍼가 거실에 있었다. 무언가 급하게 배낭에 짐을 싸더니, 잠에서 깬 날 발견하고 오늘 저녁 늦게 들어올 거니 집 비우지 말고 잘 지키라며 돈을 주고 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너무 정신없어서 5초 정도 얼빠져 있다가 난 오늘 하루는 편하게 그의 방을 뒤질 기회라는 걸 알아차리고선 몸을 움직였다. 잠에서 덜 깬 듯 몸이 무거워 화장실에 들어가 세수부터 하고, 바로 제스퍼의 방으로 들어갔다. 여태 그와 살면서 이 방 안에 들어와본 적은 손에 꼽힌다. 그것도 다 어릴 적 이야기지, 내가 좀 자란 이후로는 제스퍼는 ...

[Owen-2]

다음 날, 나는 그의 행동 하나하나를 주시하고 관찰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도 매일 아침 화장실에서 나오는 것 외엔 별다른 게 없었다. 나는 제스퍼가 외출한 동안 화장실을 제대로 살펴 보았다.  아무리 봐도 수상함이란 찾아볼 수 없는 평범한 화장실이었다고 생각하며 볼일이나 보고 있는데, 환풍기가 공공장소에서의 것보다 크기가 1.5배 정도 눈에 띄게 커 보였다. 하루에 적어도 한 번은 화장실을 가는 내가 이걸 왜 이제야 발견한 걸까. 조심스레 환풍기를 열어 보려는데 어쩐 일인지 뚜껑이 꿈쩍하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아주 작은 잠금장치가 붙어 있었다. 너무 작았기에 이건 힘으로도 뜯어지겠거니 했다. 두 손으로 양쪽 환풍기 뚜껑을 단단히 잡고 당기려는 순간,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빠른 속도로 화장실에서 빠져 나와 내 방으로 올라갔다. 자꾸 아쉬운 마음에, 밖에서라도 파 보려고 외출 준비를 해 밖으로 나갔다. 나는 내가 아는 아이들 중 가장 특이하고 보통 애들과는 뭔가 다른 친구인 에바를 찾아갔다. 사실, 전혀 안 친하고 서로의 존재밖에 모르는 사이지만 그녀에게 가면 뭔가 수확이 있을 것 같았다. "뭐야, 네가 무슨 일로?" 예상했던 대로 반응은 무뚝뚝했다. "뭘 좀 물어보려고요..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최대한 호랑이의 코털을 건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에바는 혼자 사는 집이라 조금 지저분하다며 거실로 날 안내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제스퍼 얘길 꺼냈다. 사실 나에 대해 모르는 게 이상할 정도로 난 유명하다. 총책임 교수인 제스퍼가 날 데리고 간 5살의 나이부터 난 이미 유명인이 되어 있었다. 에바는 내 생각을 듣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러나 결국 나에 대한 신뢰가 부족했는지,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말을 못 해 주겠다고 했다. 나는 계속 에바를 설득했다. 이번에는 뭔가 알아가는 게 있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녀는 선뜻 입을 열지 못하였다. 나는 기어...

[I feel pretty]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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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르네'는 자존감이 바닥을 치던 사람이었다. 꿈만 같은 회사의 뒷바라지나 하는 구닥다리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르네에게는 소원이 있었다. 그녀는 예뻐지고 싶어했다. 일단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에 르네는 사이클 헬스장을 다녔는데, 그곳 직원의 말을 듣고 열정이 과부화된 나머지 사이클 모서리에 머리를 박고 기절한다. 정신을 차리고 거울을 보니 르네는 소원대로 엄청나게 예뻐져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너무 기뻐 자신의 절친들에게 당장 달려가 자랑을 했는데, 그녀의 친구들은 도통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르네는 착각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르네는 스스로 엄청난 미인으로 변해버렸다는 것 때문에 땅을 치던 자존감이 하늘을 뚫을 정도로 높아졌다. 그래서 세탁소에서 만난 남자가 자신의 미모에 반해 번호를 따려는 수작이라고 착각하기도 하고, 아마추어 누드 모델 콘테스트에 즉석에서 참가해 엄청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모든 건 르네 뿐만 아니라 그녀의 주변 모든 이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했다. 그리고 그녀가 원하던 꿈의 회사에서 카운터직을 급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하게 된다. 회사에서는 카운터직을 모델계의 발판으로 삼거나 1~2달만 일하고 모델 쪽으로 진출하려는 사람 대신 꾸준히 이 직장에서 일할 사람을 원하고 있었다. 그 때 르네는 면접에서 내 목표는 이 회사의 얼굴이 되어 카운터에서 내가 회사를 들어올 때 느꼈던 기분을 손님들에게 주고 싶다고 했다. 회사는 적임자를 찾았다고 생각해 내일부터 출근하라고 하고, 르네는 뛸 듯이 좋아한다. 자존감 따윈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던 그녀에게 이토록 큰 변화가 생긴 것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루한 사무실을 출근하다가, 근사하고 큰 본사로 올라가 그곳에서 더 큰 활약을 하게 된 르네. 무작정 자신을 믿고 나간 누드모델 콘테스트에서 사람들에게 큰 인상을 남긴 르네. 세탁소에서 착각에 빠져 번호를 교환한 남자 이든과 연인으로 발전한 르네. 이렇게나 순식간에 인생...

[Owen-1]

이른 아침부터 내 손은 타자치기 바빴다. 난 제스퍼가 아는 내 기상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일어나서 몰래 <오래 전부터 써왔던 아무도 모르는 내 일기장>에 밀린 나의 감정을 기록했다. '어느 순간부터 난 엄청 딱딱하고 차가운 공간 속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7살 때 처음으로 제스퍼가 직접 내게 새로운 장난감을 만들어 선물해 줄 때도, 따듯함은 와닿긴 커녕 멀기만 한 단어였다. 난 제스퍼의 책장에 수두룩하게 꽂혀 있는 책들 중에서도 <WOrLd> 라는 책을 가장 좋아한다. 왠지 그 세상 사람들은 정답고 따듯해 보였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세계에서는 '함께'나 '같이'처럼 다정한 단어들은 마치 금기되어 있는 것 마냥 차가운 취급을 받았다. 뭐, 이제는 적응했ㅈ' "조이, 뭐 해? 오늘은 먹기로 했잖니." 제스퍼가 1층 주방에서 집이 날아갈 만큼 큰 소리로 나를 불렀다. "하아, 알았어요, 지금 가요." 난 바삐 타자를 치던 손가락을 멈춘 뒤, 의자에 걸쳐 두었던 노란 가디건을 집어 들고 1층으로 터덜 터덜 걸어 내려갔다. 저녁 식단은 늘 먹던 햄, 치즈, 토스트와 눅눅해진 딸기 잼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한 번도 바뀌지 않았던 하루 식사가 이제 난 점점 질려갔다. 한 번도 제스퍼가 내게 해준 뭔가에 투정이란 걸 부려본 적 없었지만 그저께 아침 식사 때, 난 도저히 이 밥을 못 먹을 것 같았다. 정말이지 토가 나오려고 했다. 오늘은 괜찮을 줄 알았는데 이젠 냄새만 맡아도 장청소가 되듯 토가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화가 올라왔다. "제스퍼, 나 이제 더 이상 이거 못 먹겠어요. 매일 똑같잖아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속이 울렁거린다고요!!" 있는 힘껏 화를 내 보려고 했지만 제스퍼와 눈이 마주치자 나도 모르게 두 손이 모아졌다. "죄송해요.. 저..." "먹지 말아라.....

[공주 패밀리]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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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 시간에 '님비'와 '핌피' 현상을 배웠는데, 책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주인공들와 흘러가는 이야기의 진행 패턴이 '님비'현상을 콕 꼬집어 비판하는 줄거리다. 사람은 살다 보면 인간관계에서 버거움을 느낄 수 있다. 태어날 때부터 이미 정해진 가족. 그들과 좋든 싫든 함께 부대끼고 살아가야만 한다. 그리고 내가 선택할 수는 있지만 의도치 않게 쉽게 멀어지거나 금이 가기도 하는 친구관계. 주인공 세은과 친구 사라의 관계는 참 우정이 뭔지를 보여준다. 또 세은이의 가족에게 어려운 위기가 닥쳤지만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에서 참 가족의 의의를 깨닫게 한다. [공주 패밀리]를 다 읽고 나니 가족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핏줄로 맺어진 혈연관계, 공동 운명체이기 때문에 기쁜 일도 슬픈 일도 함께하고 서로에게 최고의 친구가 되어 주는 게 진정한 가족이다. 책 속에서 사용된 '집단 이기주의'나 '님비 현상' 같은 사회적 문제들은 십대들에게 꼭 한 번은 생각해봐야 할 이야깃거리다. 마침 가장 최근에 쳤던 시험의 도덕 범위에서 이 책이 다룬 문제들을 배웠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었고 이해가 잘 된 것 같다. 우리는 결코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 갈등, 이슈 더 나아가 세계에서 다루는 난민, 기아, 환경 문제까지 바라봐야 할 책임이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사회에서 하나의 일원이자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나는 그에 맞는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맨날 내 자신만 챙기기 바빴고 주변 환경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별로 흥미도 관심도 없었던 나는 이 책을 읽고 오랜만에 눈이 좀 트인 것 같다. 하나의 좁은 마을을 바라보던 눈이 전처럼 다시 넓은 세상을 바라보게끔 도와준 책이었다.

[최저임금 쫌 아는 10대]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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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최저임금이 뭔지 아냐?" "최저임금? 가장 싼 임금. 딱 들어도 알겠네." "그러니까 그게 뭔지 아냐고." 이야기는 까칠한 백수 삼촌이 조카에게 한 하나의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최저임금은 단순히 한 분야의 문제라고 콕 집어 말하기 조금 애매하다. 언뜻 경제 문제로 보이지만, 사회의 사회문화적 시선이 응축되어 있는 문제이고 그것이 지향하는 바와 결정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정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럼 최저임금이라는 표지를 단 이 책은 우리에게 뭘 얘기하고 싶은 걸까? 나에겐 페이스북이라는 SNS 어플이 있다. 그걸로 보통 사람 사는 걸 보지. 내 동네 근처에 있는 어떤 중학교를 졸업하고 지금은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내가 아는 몇 명의 고1 언니는 웨딩홀 알바나 편의점 알바를 한다. 내 근처에서 노동으로 돈을 받는 어쩌면 '직원'이라고 불릴 만한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럼 그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꼬박꼬박 날짜도 잘 지켜지고 수당도 정한 대로 맞춰서 줄까? 이 책이 10대를 겨냥하고 있는 이유는 방금 내가 위에서 든 예시 같은 일들이 자주, 아주 쉽게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불공정한 최저임금제 때문이다. 나와 같은 10대 청소년이 무방비로 노동권을 침해당하는 일들이 흔히 일어나다 보니 남 일 같지 않았다. 책을 읽다 보니 최저임금제도가 모든 노동자들에게 적용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요즘 10대들은 다들 공부하기에 바쁘고, 내신과 수행평가 챙기기에 급급해 보인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시사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불합리한 어른들의 꾀에, 아무 것도 쌓아 둔 정보가 없는 10대들은 그들이 한 노동에 비한 합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 TV로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역시 뉴스인 듯 하다.

We are good en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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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서부터 책은 열네살부터 시작해야 하는 '자신감 수업'을 말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자존감, 자신감을 왜 키워야 하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을 마치 상담하는 기분이 드는 것처럼 전달해준다. 본격적으로 얘기를 시작하겠다. 우리는 보통 상담을 10대에 받는다. 스스로의 가치관이나 정신적인 건강을 신경써야 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자신감의 가장 흔한 정의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힘'이다. 수학 공식처럼 표현해보면, 생각 + 자신감 = 행동 이렇게 되지. 절대 생각이 앞서서는 행동으로 옮겨질 수 없고, 무계획에 자신감만 있어서는 행동으로 옮길 수 없다는 말로 해석된다. 그럼 지금 머릿속에 물음표가 하나 떠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고, 자신감을 키워야 할까?' 생각해보자. 실패와 성공의 비율은 비례할까? 내가 예상하기엔 실패가 많은 사람일수록 성공의 질이 높다. 내가 실패를 많이 할수록 성공했을 때 그 질이 더 높아진다는 말이다. 그러나 실패가 별로 없는데 성공의 양이 많은 사람의 '성공'은 미완성작이다. 난 충분히 넘어지고 일어섬을 반복한 사람이 진정한 완성작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일어서는 법보다 더 중요한, 넘어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제대로 실패하고 제대로 일어서기. 우리의 첫 번째 과제다. 또 내가 책을 통해서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 하나. 우린 나 자신에게 믿음을 가져야 한다. 내가 잘 할 수 있다고 확신해보기, 나한테 잘하기. 누구에게나 욕심은 있다. 그런데 소심함은 그 욕심에 강하게 저항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있음에도 친구가 좋아하는 것들을 위해 내 것을 쉽게 포기해버리거나, 항상 누군가의 비위를 상하게 할까 노심초사하는 것. 바로 소심함이다. 내가 왜 걔들의 비위를 맞춰주는 데 신경을 써야 하며 내가 좋아하는 걸 쉽게 포기해버리면서까지 다른 애의 이익과 행복을 지켜주어야 하는가. ...

[서울 시]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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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사회는 우리가 따라가기엔 너무 빠르다. 특히 치열하고, 흠 잡히면 안 되고, 남들처럼만 하면 좋으며 튀는 행동은 금기하다시피 되어버린 서울의 도시. 우리는 왜 다른 이들과 같아지기 위해 애쓰고, 다들 열심히인 이 사회에서 뒤처지지 않게 애쓰며, 녹초가 되어 버린 몸을 아무렇지도 않은 멀쩡한 몸으로 탈을 씌워 가며 날 감추는 걸까. 흔하고 흔한 요새 시집과 에세이 덕분에 시와 에세이를 잘 읽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특이한 제목에 꽂혀 꺼내 본 이 책은 혼란스럽고 어지럽고 띵한 머리를 식혀주는 데 도움을 주었다. 몇 줄 안 되는 짤막한 구절에서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계속해서 책장을 넘기다 보면 미칠 듯이 공감되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어쩜 사람 맘에 쏙 들 말을 썼을까? 역시 사람 심리는 작가에게 전문 분야여야 하나 보다. 어쨌건, 우리 모두는 지금 현대 사회의 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개성을 살리는 행동에 대한 반감을 조금이라도 줄여야 할 필요 또한 있다. 그게 어떤 이에게 불쾌감을 주는 어떤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그래야 이 혹독한 서울, 도시, 사회에서 내가 성장하고, 네가 성장하고, 우리가 성장한다.

[어바웃 타임]을 감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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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그저 평범한 직장인에 그친다. 그에 반해 그의 여자친구는 눈부시게 아름답고 또 아름답다. 처음엔 우연한 만남이었으나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남자는 몇 번을 돌리고 돌려 아내를 애인으로 만든다. 이 영화로 나는 두 가지의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첫째. 사랑은 절대 자신의 욕구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 영화는 남자가 우연히 여자를 쉽게 꼬셨고, 행운스럽게도 멋진 영화를 위한 멋진 사랑이 나온 거라고 말하는 게 팩트일 수 있다.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 이런 운명적인 사랑 따위는 쉽사리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현실을 자각하길 바란다. 일방적인 사랑, 흔히 짝사랑. 그리고 결말을 맞이하는 사랑. 우리는 그것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항상 되어 있어야 한다. 둘째. 시간 역행의 능력을 가진 나는 어떻게 그 능력을 사용할 것인가. 물론 내가 절대 그 유혹을 뿌리칠 수 없을 거라고 거의 90% 확신한다. 그래도 결국 언젠가 주인공처럼 깨달음을 얻고, 다시는 그런 능력을 사용하지 않을 거라고도 확신한다. 주인공이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쓸 때마다, 거의 순조롭게 별 문제 없이 흘러가는 걸 보면서 역시 영화는 영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아마 저 상황 그대로 현실에도 적용된다면 절대 남자는 자신이 번복한 실수를 만회할 수도, 후회할 겨를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내 말은 어떠한 유혹을 잘 제어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다. 선택은 쉽고 작지만, 결과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크다. 우리는 보통 로맨스 영화를 보면서 사랑에 초점을 맞춘다. 남자와 여자의 아름다운 사랑에 너무 몰입해서 나도 모르게 감상 중에 행복하고, 사랑스럽고, 아름다움에 눈물을 흘렸다. 배우들이 연기를 얼마나 잘 했으면. 행복해서 눈물을 흘린 게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어바웃 타임>의 영화감독이 영화로 전달하려는 진짜 교훈은 무엇이었을까?

[굿모닝 사이언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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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국어 시간에 읽었던 책이다. 네 명이서 한 조이고 조마다 다른 종류의 글을 골라 가져간다. 조마조마하게 가위바위보에서 이겨, 내가 원하는 책을 고를 기회가 주어졌다. 장편 소설집과 이 청소년 과학 교양서가 눈에 띄었다. 평소에 시키지 않으면 잘 읽지 않을 것 같은 이 책을 집어 왔다. 모둠 아이들의 표정은 말 그대로 '아. 망했다' 였다. 이 책 속은 여러 가지의 다양한 과학 분야를 다뤘다. 과학 책인 만큼, 우리가 알고 있는 몇 가지 과학 분야에 대한 심화적인 설명이 담겨 있다. 우리 조원 네 명이 몇십 가지 챕터 중 각각 하나씩 골랐다. 한 친구가 '산산히 부서진 유리잔'을 골랐다. 무정형 결정구조와 열역학 제2법칙을 자세하게 배울 수 있었다. 내가 여태껏 과학에 대해 너무나도 몰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이 굿모닝 사이언스이듯 책 속의 몇십 가지 내용은 모두 일상적인 환경에서 비롯되는 상황을 과학적으로 풀어 설명해준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주위의 모든 상황이 자연스레 궁금증으로 바뀌었다. 역시 청소년 교양서는 막 정하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내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이듯이 잘 하려는 욕심보다는 뭔가 하나라도 더 많이 배우고 알아 두자는 생각이 머리에 확 박혔다. 교양이던, 학교 공부던 간에 이런 교양서나 평범한 과학 서적을 앞으로는 더 많이 찾아 읽어야겠다.

영화 [어른도감]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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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 경언은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삼촌 재민을 만난다. 사기꾼 재민은 경언이 앞에 남겨진 보험금을 모두 잃어 버리고 돈을 구하기 위해 부녀로 위장해 사기극을 벌이게 된다. 똑부러지고 야무진 경언은 삼촌의 낌새를 눈치채고 진작에 핸드폰 내부 모든 메모리를 백업해 두는 등, 중학교 1학년으로는 절대 안 보일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도 둘은 미운 정이라도 들었는지 점차 가까워지고 진짜 삼촌과 조카처럼 바뀌어 간다. * 여기서부터는 스포가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 마지막 컷에 재민의 도움을 받아 경언은 떨어져 소식도 없이 살던 엄마를 만나러 간다. 아마 경언이가 만난 여자는 엄마가 맞았을 것이다. 그런데 경언은 그냥 걸어 내려온다. 결국 삼촌과 지내기로 결정한 경언이는 재민과 좋은 가족이 된다. 재민은 사기만 칠 줄 아는 서툰 삼촌이지만, 경언이가 기분이 안 좋을 때면 예쁜 야경도 보러 데려가 주고 어떻게든 마음을 풀어 준다. 그런 삼촌의 노력을 본 경언이는 점점 마음을 열게 된다. 둘의 케미는 너무 재미있었다. 감동 30 % 에 코믹 70% 인 영화였다.

[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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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이 된 한 여학생의 학교생활을 읽었다. 나랑 같은 나이라서 내 친구를 보는 기분이었다. 주인공은 생각이 매우 복잡하고, 허세도 부리고, 변덕이 심하다. 저 애의 머릿속이 참 어렵다고 느껴지는 한편 공감이 되기도 한다. 정신을 차려 보면 주인공을 응원하고 있는 내가 보인다. 그냥 학생 시절을 책 줄거리로 정했다면 너무 지루할 수도 있다. 흔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근데 이 책은 19살이 된 주인공이 16살 때 육성으로 녹음해 놓은 파란만장한 일들을 회상한다. 좀 기막히고 신선한 발상이라서 나도 저렇게 해 볼까?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그래서 이틀 동안 내 하루를 녹음해 봤다. 그런데 원래 영화가 너무 길면 재미가 없듯이, 녹음도 마찬가지이다. 때문에 나는 아침에 2회, 자기 전까지 3회로 나누어 총 9분 정도 되는 녹음을 했다. 그 행동을 이틀 동안 반복한 뒤, 일주일 정도 뒤에 참지 못하고 들어 보았다. 마치 일기를 읽는 기분이었다. 가끔 어렸을 때 쓴 내 일기를 읽으면 나의 어린 시절 목소리가 귀에 속삭이는 기분이 든다. 일주일 동안 숙성된 타임캡슐을 열어보는 기분이었다. 유치원 때부터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강제적으로 줄곧 시켜온 일기라는 글쓰기를, 어른들은 왜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는지 이제야 알겠더라. 지금 1분, 1시간, 1일, 그리고 1년씩 소비되는 나의 시간은 어쩌면 돈으로 환산하면 감당치 못할 액수가 나올 가치가 있는 존재이다. 우리는 그 엄청난 존재를 느껴야 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뇌구조란 어쩔 수 없다.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고, 그 뒤에 후회하는 짓을 반복한다. 그러나 중요한 건 우리가 지금 쌓아온 시간들보단 앞으로 쌓일 거대한 시간들을 어떻게 쓰느냐이다. 난 나의 행복을 위해 쓸 것이다. 물론 그 모든 시간을 나의 행복을 위하여 쓴다는 것은 아니다. 미래의 내 행복을 배로 키우기 위하여 노력하고, 그 노력하는 맛에서 보람과 자랑스러움을 맛볼 것이다. 어떤 이는 사랑을 위해 그 시...

장난스런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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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주 쯤인가, 친구와 영화관에서 [장난스런 키스]를 보고 왔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대박이었다. 단순히 왕대륙의 얼굴 때문만이 아니었다. 위안샹친 역을 맡은 임윤은 연기를 못한다는 평을 많이 받은 걸로 보였다. 조금 아쉽긴 했던 부분이었으나 오히려 그 발연기스러운 풋풋함이 순수한 사랑을 더 돋보이게 했다. 인터넷, SNS 피드 같은 데에도 가끔 이 영화 같이 마법같은 일들이 보인다. 그런 걸 볼 때마다 난 너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왕대륙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만하다 ㅎㅎ) '어떻게 한 사람을 몇 년 동안 좋아할 수가 있어?' '그 사람에게 쏟은 시간들이 너무 아깝지 않나?' 물론 이 영화에서는 전지적 관찰자 시점이기 때문에 저 둘의, 특히 왕대륙의 속마음이 엄청나게 궁금해 죽을 뻔 했다. 그렇지만 그게 또 로맨스 영화의 묘미 아닌가? 어렸을 때부터 큰 부담과 시선, 기대를 받으며 자라온 장즈수(왕대륙)는 위안샹친(임윤)과의 만남으로 차차 마음을 열게 된다. 때문에 그 부분에서 비롯되어 무려 약 세 번 정도 나온 명대사가 있다. "넌 언제나 내 인생의 편차 같아." 이 영화가 보여준 사랑만큼 순수한 사랑을 과연 나는 할 수 있을까. 죽기 전에 딱 한번만이라도 이렇게 사랑해보고 싶다. 어릴 때는 사랑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연애로 시작해서, 청소년기 땐 사랑한다고 하기에 아직 너무 서로가 철이 안 들어 있다. 사랑은 참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이고 뭐고 그냥 막 사는 게 최고다! 그래도 역시, 한 번 사는 인생 딱 저렇게 연애해보면 죽을 때 후회 없지 않을까? 기왕이면 왕대륙 같은 사람으로 ㅎㅎ..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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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어학연수나 회화 학원을 한 번도 다녀 보지 않은 독학자의 정석이다. 그는 어려운 교재나 시험을 위한 영어가 아닌 '영어'로 대화하기 위해서 공부했다. 그가 처음 영어 공부를 시작한 건 군대다. 군입대를 했을 때 선임들에게 너 그럼 뭐 해 먹고 살 거냐, 그냥 직업군인 짱박아라. 이런 말들을 들은 그는 '뭐라도 잘 해야겠다, 영어부터 건들여 보자' 라는 다짐을 한다. 그렇게 마음먹었으나 정작 주위는 영어공부를 할 상황이 안 되었다. 그러나 당장 인생을 바꾸고 싶다는 간절함에 군대 속에 있던 교회에서 영어로 된 성경을 하나 달라고 부탁한다. 열심히 읽고 읽어 성경 한 권을 통채로 다 읽게 되었다.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나도 최근 시험 준비를 하면서 영어 교과서의 본문 두 개를 통채로 달달 읽어 외웠는데, 본문 속의 문장들이 거의 다 기억나는 정도다. 이처럼 읽기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미드도 같은 형식이다. 공부하려고 봤다가 드라마만 보지 말고, 영어 공부를 하겠다는 간절함이 중요한 것이다. 중학교 영어 교과서 외우기로 영어 세계에 입문한 김민식 작가는 아무도 토익, 토플을 공부하지 않던 시절에 취미로 공부한 영어 덕분에 외국계 기업에 취업하고, 미국의 <프렌즈> 같은 시트콤을 만들고 싶어 드라마 피디가 되었다. 그가 처음에 강조한 내용. '절실함.' 그래, 절실함이 있다면 뭔들 못하겠어.. 내 꿈도 외국에서 일하는 것이다. 절실함으로, 악바리로 하면 뭐든 되긴 된다던데. 내가 할 수 있을까?

너와 나를 연결해 준, '느리게 가는 우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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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날 때부터 엄마를 못 본 아이들은 예상 외로 많다. 다양한 이유 중에서도 이 이야기는 주인공인 은유를 낳다가 죽은 엄마를 묘사했다. 엄마 없이 살아온 아이들은 처음에는 '왜 나한테만 없을까?'라며 이상함을 느끼다가, 어느 정도 크면 분하고, 억울해하며 가끔 울컥해할 것 같다. 그러다가 그 감정에 익숙해지고, 무뎌지겠지. 이 책에는 엄마 없이 15년을 살아온 송은유, 그녀의 엄마가 시간을 거슬러 편지를 주고받으며 결국 서로가 모녀지간임을 깨닫게 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서로가 그저 1982년과 2016년의 시대를 뛰어넘어 편지를 주고 받는 신기하고 특별한 사이라고만 생각했던 두 은유(이름이 같음). 둘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간다. 2주마다 편지를 받는 미래의 은유가 편지를 보내면 1년 뒤에 과거에 사는 은유에게 도착한다. 미래의 은유는 과거의 은유에게 수능 기출문제를, 과거의 은유는 미래의 은유에게 엄마의 얼굴을 볼 수 있게 도움을 나누기로 한다. 송은유(미래)는 15년동안 짜증나는 아빠가 입 꾹 닫고 알려주지 않은 덕분에 엄마의 이름도, 얼굴도, 아무것도 모른다. 그녀를 위해 조은유(과거)는 송은유의 아빠 송현철을 찾기 시작한다. 엄청난 노력 끝에 조은유는 송은유의 아빠를 대학 동아리에서 만나게 되고, 둘은 친구를 맺는다. 그리고 송현철을 미행하며 송은유의 엄마인 사람을 여러 단서로 찾아내기 시작한다. 그러다 결국 편지는 갑작스럽게 끊긴다. 그 시점 미래에 사는 송은유는 아빠와 관계를 회복하게 된다. 그제서야 아빠는 15년 간 숨겨왔던 은유의 엄마에 대한 얘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엄마가 은유에게 보낸 편지를 같이 전해준다. 조은유의 마지막 편지. 엄마의 마지막 편지. 눈물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엄마는 늘 네 곁에 있을 거야. 아주 예전부터 그랬던 것처럼. 이 편지가 그랬던 것처럼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2016년 11월 16일 아주 따듯한 곳에서 엄마가 시간을 거스르는 이야기는 소설로도...

[그래도 괜찮은 하루]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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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조용하다고 생각한 한 소녀가 있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원래 그런 세상인 줄 알았던 소녀는 자신만이 듣지 못한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엄마는 절망한다.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싶었던 소녀는 자기 대신 소리를 들어줄 토끼 '베니'를 그리기 시작한다. 자신이 만들어낸 토끼 '베니'와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한 소녀에 대한 희망적인 이야기다. 책 중에는 이런 말이 있다. 하루, 한 시간, 일 분 일 초... 어떤 날에는 시계를 보고 싶지가 않아요. 자꾸만 제게 남아 있는 시간이 사라지는 것 같거든요. 그래도 이제 슬프지 않아요. 아직도 제게는 희망이 남아 있거든요. - #04 나에겐 ... 너무 소중한 하루하루 그녀는 두 살 때 열병을 앓은 뒤, 소리를 잃었다. 그렇지만 그녀에게는 그림이 있었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그림으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러나 몇 년 전, 그녀는 시력도 잃게 되는 병에 걸렸다. 소리가 없는 조용한 세상에서 살던 그녀는 지금 빛까지 사라지는 세상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말하는 오감) 먹고, 듣고, 보고, 만지고, 향기 맡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더욱 울컥한다. 내가 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어떻게 예상할 수 있는가. 이 눈 속에 예쁜 것만 담고, 아름다운 것만 간직하기 위해 우리의 눈은 살아있는 거라고 느꼈다. 상상해 보자. 태어나서부터 유전적으로 청력을 잃는 것과, 성장할 대로 성장하고서 사고로 청력을 잃는 것. 어느 게 더 고통스러울까? 처음엔 태어날 때부터 아무 것도 듣지 못하는 게 차라리 낫겠다고 생각했다. 약에 중독되듯이, 한번 취한 것에서 쉽게 미련을 떼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린 정말로 축복 받은 사람들이다. 내가 당장 내일부터 소리를 잃게 된다 할지라도 14년 동안 들어왔던 숨소리, 바람 소리, 아기의 울음 소리, 피아노 연주 소리, 파도 소리.... 소리를 잃은 나...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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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 소위 미성년자들에게는 꿈이 있다. 그 중에 흔히 '성인이 되었을 때' 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 내게도 리스트가 있다. 그 중 하나를 뽑으라면 유력할 후보는 바로 자취. 요새는 1인 싱글 가구가 약 540만 명이 된다고 한다. 자취족들이 불어나는 지금, 떠오르는 주거 형태로는 셰어하우스 등이 있다. 이 책은 김하나와 황선우, 두 작가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오로지 집 이야기가 아니다. 황선우 작가는 이 책을 방패 삼아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의 집요한 압력을 표현했다고 말한다. 김하나와 황선우 작가의 현재는 내 꿈이기도 하다. 성인이 되어서 친구들과 돈을 합쳐 집 한 채로 나눠 사는 거, 내 로망이다. 마냥 좋기만 할까? 나와 다른 존재랑 공존하기란 매우 불편하다. 그러나 신뢰하는 타인만이 줄 수 있는 게 있다. 십여 년을 함께 산 가족도, 한 집에 살면서 이젠 안 싸운다는 보장이 있나? 그렇게 가까운 사람들과도 힘든 게 거주다. 그런데 친구라면 얼마나 불편할까. 난 그걸 감수하고서도 하고 싶다. 왜냐하면 그것 또한 내게 성장의 거름일 테니까. 이 책은 앞으로 더 보편화될 동거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4인가구 또는 1인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조금 더 편리한 동거생활. 김하나 작가와 황선우 작가, 두 명이 각자 살다가 함께 살게 되는 과정에서 서로 맞지 않는 성격을 맞춰나가는 게 유쾌하면서 한편으론 뭉클했다. 그냥 두리뭉실하게 '나중에 크면 꼭 친구와 살아야지!'라는 꿈이 탄탄한 이유가 받쳐주는 꿈이 되었다. 저 둘의 생활이 특수한 집이 아닌 보편적인 거주생활로 거듭났으면 한다.

[아, 그때 이렇게 말할걸!]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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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후회되는 경험은 누구나 해 보았을 것이다. 억울했던 기억, 부당한 대접을 받은 기억, 갑질과 막말의 피해자였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성격이 심하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억울하게 아무 말도 못 하고 들었던 쓴 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반복적인 상황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려주는 해답책이다. p.229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주기 위해 애쓸 필요는 없다. 그리고 그런 과거에 매어서 살기에는 내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 아깝다. 내가 내 삶에 집중하고 내 행복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최고의 복수다. 겸손하게 처신하면 상대도 태도를 바꿀 거다,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이 세상에는 다들 아는 '성선설'로는 설명이 안 되는 사람이 너무 많다. 내가 겪어온 사람들은 내게 무슨 생각으로 상처 주는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내가 그들의 페이스에 맞춰 주기보다는 그냥 이기적인 선택을 해서 결국 내가 성공하는 것. 나중에 당당히 그들 앞에서 행복해진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게 최고의 복수다. 지금 바로 현재로서는 이걸 죽어라 읽어 봤자 현실성 없고, 와닿지도 않고, 행동에 옮겨 쿨해지지도 못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모든 관계에. 또 상처주는 말에 기대라는 걸 안 하기로 했다. 내가 사람들의 행동, 제스쳐 하나 하나에 신경을 써 봤자 결국 인간관계는 물 흘러가듯이 결정된 길로 지나간다. 미래에 그들 앞에서 당당할 나에게, 현재의 찌질한 나에게. '기대'하지 말라고 말해 보자.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읽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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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컨택트 : 원제 Arrival]의 원작 소설이라고 해서 구입한 책이다. 처음엔 이 책의 내용이 영화 컨택트의 내용이 담긴 하나의 장편소설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컨택트의 원작 '네 인생의 이야기'가 담긴 단편소설집이었다. 어쨌든 SF니까 재밌을 거라 생각하고 첫 장을 읽다가 관두고 말았다. 난 나름 호불호가 확실한 편이라 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며칠 뒤 책을 펼쳐 소설 몇 개를 읽었다. 테드 창은 SF 계에서 꽤 두꺼운 마니아층을 가진 작가였다. 그의 소설은 이게 처음이라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여느 SF 와 달리 과학과, 또 인간적인 묘사를 포함한 소설을 쓰는 걸로 보인다. 내가 읽은 단편 중 '지옥은 신의 부재'라는 소설이 꽤 재미있었다. 사람들은 흔히 두려움이나 기대 앞에서 신을 찾기 마냥이다. 아주 잦은 일이고 주위에서 쉬이 볼 수 있다. 물론 나 또한 그런 적이 있었고. 과연 신과 기적, 천국과 지옥은 무슨 관계로 얽혀 있는 것인지 풀어낸다. 책의 재미가 대단치는 않고 알 수 없는 과학 용어들이 넘쳐나지만 기대 이상으로 기발하다. '컨택트'에서 느꼈던 놀라움을 한 번 더 느꼈다. 하나의 시점에서 이런 다양하며 기발하고 흔치 않은 상상력이 나온다는 게 그저 충격적이고, 신기하기만 했다. 나도 저런 상상력을 가지고 있었으면... 이런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그런데 그건 내가 바란다고 샤라라 하고 되는 꿈이 아니기 때문에. 과학적인 소양과 또한 '만약에'라는 질문으로 상상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소설이다. 과학 소설에 관심이 많다면 추천한다. 읽는 데 오래 걸렸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기에.

영화 '증인'을 감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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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배우는 변호사 역을 맡은 정우성과 자폐아 역 김향기다. 김향기는 자신의 건너편 집에 사는 할아버지가 그 집 가정부인 오미란 아줌마에게 살해당하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목격했다. 그 사건의 피고인으로 교도소에 갇혀 재판을 앞둔 오미란씨의 변호를 맡게 된 순호(정우성)는 사건을 파악해 가기 시작하는데, 지우(김향기)라는 자폐 소녀가 증인으로 재판에 참석한다는 말을 듣고 그 소녀를 찾아간다. 그 과정에서 지우는 장애를 가지고도 또래보다 성숙한 정신적 능력을 갖추고 있는 아이라는 걸 알게 된다. 지우의 증언이 실제로는 진실이라는 걸 사건 조사를 하며 알게 된 순호는 자신의 역할이자 임무인 변호사의 일을 해야 하는지, 진실에 손을 들어야 하는지 갈등하기 시작한다. 순호는 계속되는 고민 끝에 진실에 손을 들어 이 재판이 제대로 된 재판으로 끝나게 하기로 결정한다. 또 변호사가 꿈인 지우에게 이 재판에서 자신의 몫으로 성과를 얻어가는 기쁨을 안겨주는 경험을 하게 해준다. 이 영화의 핵심 카테고리는 지우에게 달려 있다. '자폐인', '장애인' 이라는 단어에 우린 어떠한 고정관념을 달고 사는가? 영화에서는 자폐가 있는 사람들은 그들만의 세계에 갇혀 있다고 한다. 자기만의 세계에서 나오기가 힘든 그들과 소통하는 방법은, 우리가 그들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당신은 좋은 사람인가요?" 지우가 순호에게 던진 질문이다. 이 질문에 순호는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재판의 결과가 뒤집히게 된 터닝 포인트다. 그 질문이 순호에게만 적용되었을까? 영화는 우리 모두에게 질문하고 있다. 마음을 여는 것보다 닫는 것에 더 익숙해져 버린 우리. 현실과 맞닥뜨렸을 때 <증인>이 준 교훈을 잘 써먹을 수 있기를 바란다. 내 자신에게도, 모두에게도.

[주기율표의 수수께끼]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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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예습 차원으로 한 번밖에 못 접해본 주기율표라는 걸 이 책으로 처음으로 알아가게 되었다. 학교에서도 엄마한테도 들은 말이지만 주기율표의 기호들은 그냥 주입식 교육으로 암기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서 나 같은 학생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찾아보기보단 그냥 죽어라 달달 외우길 반복했을 거다. 생각해 보면 사는 세상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결과물을 우리는 너무 쉽게 생각하며 과학을 암기과목으로만 치부하는 건 아닌지 생각된다. 수많은 화학자들이 우리에게 이걸 암기시키려고 자신의 인생을 걸고 이 표를 완성한 건 아니었단 걸 이 책을 읽으며 느꼈다. 곧 주기율표를 암기해야 할 학년으로 진급되는 나는 그 전에 이 책을 읽은 게 매우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고와 호기심이 인류의 발전에 큰 몫을 했다는 걸 알 기회가 또 언제 있겠나 싶었다. 내가 과학 쪽에 재능이 정말 없는 건 사실인 것 같지만 이와 예외로 요새 과학 쪽에 관심이 생겼다. 근데 이 책을 완독하면서 도움도 많이 되고, 2학년 과학에 대한 부담이 조금 덜어졌다. 또 관심이 더 생기기 시작했다. 난 타이밍을 잘 맞춰 읽어서 다행이고, 아직 주기율표를 '암기 표'라는 개념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양성자가 원소들을 수평으로 늘어세우고, 전자가 원소들을 수직으로 늘어세웠다.' <주기율표의 수수께끼> 중에서

영화 '가버나움'을 감상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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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기록도 없이 살아온 아마 12살일 소년 '자인'은 자신을 세상에 태어나게 한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다고 말한다. 어린 소년은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 자인은 동생을 여럿 가지고 있는 맏내이다. 그 중 자인이 제일 아끼는 여동생 사하르가 생리를 시작하게 된다. 자인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돈이 부족했던 자인은 생리대를 훔쳐 사하르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면서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 까닭은 자인이 사는 나라에서는 생리를 시작할 나이가 되면 시집을 보내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들켜 버리고, 사하르는 집을 떠나게 된다. 그 날 엄마와 크게 싸운 자인은 가출을 해 버린다. 터벅터벅 돌아다닌지 꽤 되었을 무렵 자인은 라힐이라는 불법 체류 중인 여자를 만나게 된다. 배도 고프고 잘 곳도 없던 자인은 그 여자에게 도움을 청한다. 라힐은 1살짜리 아기 요나스를 낳아 몰래 숨겨 키우면서 살고 있었다. 라힐은 어쩔 수 없이 둘을 맡아 키우게 되고, 자신이 일을 나가면 자인이 요나스을 돌보는 식의 조건으로 함께 지내게 된다. 그러다 결국 라힐은 경찰에게 붙잡혀 체류자들과 감옥소에 갇히게 되고, 자인은 어떻게든 요나스를 먹이고 돌보며 버티려고 했지만 한계에 달하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질 나쁜 남자에게 요나스를 맡기고 떠나려고 한다. 그런데 돈이 부족해 집으로 간 자인은 사하르가 시집간 남자에게 강간당해 죽었다는 걸 알게 되고, 분에 차서 그를 칼로 찌른다. 자인은 엉켜 버린 자신의 인생을 세상에 말할 수 있을까? 라힐은 요나스를 무사히 되찾을 수 있을까? 자인, 요나스, 라힐, 사하르 등 주요 역할을 연기한 주연 배우들은 모두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촬영했다. 감독은 '가버나움'을 실제 전문 배우들이 묘사하는 것은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되어 그런 선택을 했다고 한다. '가버나움'의 모든 배우들은 다른 누군가를 연기하거나 흉내 내려 하지 않았고, 영화...

[아파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 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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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동물들의 삶을 소개하는 동시에, 동물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동물 복지에 관한 이슈들을 제시한다. 유기견, 로드 킬, 육식, 멸종 위기 동물, 동물 전염병 등에 대한 베테랑 수의사의 문제 제기와 그만의 해법들. 그것들은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우리와 더불어 사는 많은 동물을 올바로 지키고 사랑해야 하는 인간의 책임감을 일깨우는 게 목적이라고 한다. 내가 가장 인상깊었던 소절은, 책의 8~9쪽과 86쪽이었다. p.8~9 : 동물 치료의 핵심은 측은지심이라고 생각한다. 동물이 아픈 모습을 보면 불쌍하다. '얼마나 아플까? 빨리 치료해 주어야지.' 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그런 마음이 있으면 자꾸 돌아보게 되고, 생각하게 되고, 빨리 치료법을 찾게 된다. p.86 :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듯이 자연은 그리고 지구는 아주 촘촘한 생태 그물로 서로 엮여 있다. 동물들은 누가 생물학을 따로 가르쳐 주지 않아도 협력과 배려 같은 질서에 잘 순응한다. 저자인 최종욱 수의사는, 수의학을 전공하고 전남대학교에서 야생 동물학을 강의하기도 했다. 그는 동물원, 목장, 도축장, 동물 부검실을 오가며 동물에 관한 신비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나는 예외로 요즘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아끼고 키우는데, 산과 강에 사는 우리 토종 동물들을 멸종 위기에서 구하는 데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평소 주위에서 볼 수 있는 흔한 동물들에게 관심을 많이 기울이지 않던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그들을 다른 눈으로 볼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가축과 실험에 쓰이는 동물들 역시 아픈 가슴으로 뒤돌아 볼 수 있게 해 준다. 아마 이 책을 통해서 수의사나 사육사가 되는 꿈을 꾸는 사람이 생길 것이다. 또, 그렇지 않은 사람들 또한 동물 보호가 중요한 일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나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실험은 당연히 안 좋은 시선으로 보고 가축에 쓰이는 동물들이 정말 불쌍하단 기분이 들었다. 그들은 아무 것도 모르고 평생....

[말모이]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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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 윤계상 주연 영화 '말모이'. 장판수(유해진)는 한낱 술을 달고 사는 평범한 아버지었다. 그에겐 학교를 다니는 아들과 어린 딸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늘 그랬듯 판수는 친구들과 가방을 훔치려다가 가방 주인인 류정환(윤계상)에게 잡히고 만다. 그런데 그들의 인연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판수가 면접을 보러 간 곳이 우연하게도 정환이 일하는 곳이었다. 사실 그곳에서 일하는 류정환을 비롯한 다섯 명은, 작은 서점 속의 비밀 공간에서 빼앗기는 중인 우리말을 모아 사전을 제작 중에 있었다. 하지만 독립은 커녕 우리말을 입 밖으로 꺼냈다간 고문소로 끌려가는 판인 상황에서 사전을 만들기란 쉽지 않았다. 그들은 십 년이란 시간 동안 우리말을 모았고, 지금은 각 지역 사투리를 모으는 중인 그들은 앞날이 막막했었다. 그 시점에서 장판수를 심부름꾼으로 섭외하게 되고 까막눈이던 그를 가르쳐 글을 읽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다양한 지역에서 경성으로 올라온 장판수의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아 어렵던 사투리 수집도 빠르게 진행되며 일이 잘 풀리게 되었다. 그걸 머리 잘 굴러가는 일본 쪽에선 조선말을 아예 없애 버릴 작정으로 그들을 철저하게 막으려고 한다. 그들은 과연 우리말 사전 만들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또 표준어 제정에 성공하여 독립하게 될까? 영화의 무대는 우리말이 금지된 시대, 1940년대 일제강점기의 경성이다. '말모이'는 주시경 선생님이 한일합병 초기인 1911년에 시작했으나, 그의 죽음으로 미완성으로 남은 최초의 국어사전 원고를 일컫는 말로, 사전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언뜻 팜플렛이나 예고편을 보고, 처음엔 별로 눈길이 안 가던 나였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니 사전을 만드는 것이 왜 나라를 지키는 일인지 알게 되었다. 서대문형무소에 끌려가는 게 두려워 내 목숨 구하는 데 신경쓰기 바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을 저 때, 조선어학회의 저들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까지도 독립이 안 되었을지도 모른다. 일...

[로빈슨 크루소]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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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바다를 좋아했던 '지구상의 바다를 모조리 정복하고 말겠다.'는 꿈을 키워왔던 로빈슨 크루소는 19세에 마침내 선원이 된다. 그는 항해 도중 폭풍우에 배가 가라앉아 가까스로 구조되는 등의 위험을 겪기도 하지만, 선원으로서의 삶을 포기하기는 커녕 오히려 아프리카로 가는 더 험난한 여정을 택한다. 그러다 배가 중앙아메리카의 카리브 해 인근에서 폭풍우를 만나 침몰한다. 그 배에서 로빈슨 크루소 혼자만 살아남아 외딴 무인도에 다다르게 된다. 그러나 예상 외로 그는 절망감을 떨쳐 내고 난파선에서 생활 도구와 무기들, 식료품 등을 챙겨 와 섬에서의 생활을 시작한다. 작은 동굴을 이용해 집을 짓고, 야생 염소를 잡아다 키우는 한편, 밀농사를 지어 빵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앵무새를 잡아다 자기 이름을 말하도록 가르치기도 하고 진흙을 구워 냄비와 그릇도 만든다. 심지어 시간표도 짜서 하루를 짜임새 있게 지내기도 한다. 어느 날 식인을 하는 야만인들이 섬에서 사람을 잡아먹는 것을 알게 된 로빈슨은 그들에게 잡아먹힐 뻔 한 포로 한 명을 구해 준다. 그리고 그에게 '프라이데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다음, 식인 행위를 그만두게 한다. 그리고 영어와 기독교 교리를 가르쳐 준다. 서로 가까워진 둘은 통나무로 커다란 배를 만들어 섬을 탈출하려고 하는데, 또 다시 야만인들이 포로를 잡아먹는 것을 보게 된다. 그들을 물리치고 포로를 구출해 보니, 한 명은 에스파냐 사람이었고 또 한 명은 프라이데이의 아버지였다. 일행이 더 생긴 로빈슨과 세 명은, 더 커다란 배를 만들어 문명세계로 돌아간다.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서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극적으로 무인도에서 살아가는 법을 스스로 터득해 살아온 로빈슨 크루소. 그는 무려 외딴 섬에서 27년을 버텼다. 그가 정말 엄청나게 대단한 이유를 들자면 첫째. 그 무엇보다 '혼자'라는 두려움을 극복해낸 것이 제일 훌륭한 일이다. 보통 평범한 사람들은 혼자선 절망하다가 스스로 목...

[주먹왕 랄프]를 감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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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 게임 '다 고쳐 펠릭스'의 악당 캐릭터 랄프와 '슈가 러쉬'의 레이싱 공주 바넬로피. 둘은 아주 각별한 단짝친구다. 랄프는 매일 같은 트렉에서 레이싱해야 하는 게 지겨워진 바넬로피를 위해 새로운 트렉을 만들어주는데, 그 시점에서 문제가 생겨 버린다. 슈가 러쉬에는 오류가 생기게 되고, 급기야 게임을 하던 아이가 핸들을 부숴버리는 일까지 일어나게 된다. 결국 슈가 러쉬 오락기는 폐기 처분을 앞둔 고물 판정을 받게 되고, 그런 걸 원한 게 아니었던 바넬로피는 우울해한다. 또 그런 바넬로피를 위해 랄프는, 신설된 '인터넷' 세상에서 슈가 러쉬 핸들을 새로 구해주려고 그곳에 들어가게 된다. 그 둘은 Evay (핸들 회사)에 가서 슈가 러쉬 핸들을 사는 경매에 성공하지만, 경매의 개념을 잘 몰랐던 랄프와 바넬로피는 무려 2만 달러나 내고 경매에 낙찰받게 된다. 그들은 그 엄청난 거액의 돈을 몹는데 과연 성공할까? [주먹왕 랄프]는 시즌 1이 나온지 꽤나 오래된 영화다. 난 시즌 1을 정말 재밌게 봐서 되게 기대하면서 2를 감상했다. 근데 기대 치고는 실망한 게 컸다. 이유를 들자면 일단 첫째, 울 랄프와 바넬로피. 매력적이고 귀여운 캐릭터들이지만, 영화는 온리 그들만에게만 조명이 켜져 있었다. 때문에 나에겐 살짝 지루한 감이 있었던 것 같다. 또 둘째. 뭐 물론 어린 아이들이 본다면 너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만한 영화다. 그런데 영화를 취미생활 중 하나로 꼽을 정도로 좋아하는 내겐... 음. 뭐랄까 너무 전형적이고 뻔한 스토리라서 재밌진 않았다. 아, 그리고 시즌 1을 다시 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으나 시즌 1의 스토리 구성이 훨씬 탄탄하고 흥미롭게 풀렸어서 그게 또 기대에 못 미쳤던 원인 중 하나가 될 수도 있겠다. 나는 비싼 돈 내고 영화관에서 보긴 좀 아까웠을 듯한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전반적인 스토리가 그렇다는 거지 오락실 캐릭터들이 인터넷에 접속한다는 소재는 너무 신선하고 좋았다. ...

[기억 전달자]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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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스는 열두 살 생일날, '기억보유자'라는 직위를 부여받는다. 조너스가 사는 세상은 말 그대로 흑백. 사회 구성원 간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모두가 똑같은 형태의 가족을 가지고 동일한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는 미래사회의 어느 마을이다. 공간적 배경은 조너스의 마을밖에 안 나와서, 이 세계의 공간적 파악은 어려웠다. 어쨌든 간에, 조너스는 자신이 부여받은 '기억보유자'라는 직위를 습득하기 위하여 선임 기억보유자에게 간다. 그는 조너스에게 '감정'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시작한다. 완벽한 사회를 조성하기 위해서 희생된 진짜 감정들을 조너스는 경험하게 된다. '사람들의 갈등을 막기 위함'이라는 취지에 앞서 만들어졌다고 해도, 극단적인 통제와 질서추구는 결국 사람답지 않은 사람을 낳게 된다는 메세지를 전하는 이 작품은 '차이'와 '평등', '안락사', '장애인', '산아 제한', '국가의 통제' 등 현대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민감한 문제들에 대해 독자들에게 생각해 볼 기회를 제시한다. 선임 기억보유자는 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그리고 애초에 왜 저 미래의 세계를 통치하는 사람은 본인만이 아닌 '기억보유자'라는 직위를 만들어내서, (그 계승을 물려받는 자들이 마냥 이 환경에 좋아라 하진 않으리란 예상을 못 했나?) 그들이 일을 터뜨리면 막 성질을 내며 사건을 처리하려고 애쓰는지 궁금해할 필요가 있다. 내가 만약 조너스가 된다면, 애초에 그가 부여받은 직위가 내겐 매우 흥미롭고 설레고 관심있을 만한 단 한 가지의 직업이기 때문에 선임 기억보유자를 엄청나게 귀찮게 했을 것 같다. 어차피 선임도 내게 최대한 빨리 알려줘서 사람들에게 '감정'이란 걸 전달할 수 있도록 도우려고 했을 테지만. 영화에서 나왔듯이 조너스는 희생적인 감정을 배우면서 인간이 인간을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