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wen-1]

이른 아침부터 내 손은 타자치기 바빴다. 난 제스퍼가 아는 내 기상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일어나서 몰래 <오래 전부터 써왔던 아무도 모르는 내 일기장>에 밀린 나의 감정을 기록했다.

'어느 순간부터 난 엄청 딱딱하고 차가운 공간 속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7살 때 처음으로 제스퍼가 직접 내게 새로운 장난감을 만들어 선물해 줄 때도, 따듯함은 와닿긴 커녕 멀기만 한 단어였다.
난 제스퍼의 책장에 수두룩하게 꽂혀 있는 책들 중에서도 <WOrLd> 라는 책을 가장 좋아한다. 왠지 그 세상 사람들은 정답고 따듯해 보였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세계에서는 '함께'나 '같이'처럼 다정한 단어들은 마치 금기되어 있는 것 마냥 차가운 취급을 받았다. 뭐, 이제는 적응했ㅈ'

"조이, 뭐 해? 오늘은 먹기로 했잖니." 제스퍼가 1층 주방에서 집이 날아갈 만큼 큰 소리로 나를 불렀다.
"하아, 알았어요, 지금 가요." 난 바삐 타자를 치던 손가락을 멈춘 뒤, 의자에 걸쳐 두었던 노란 가디건을 집어 들고 1층으로 터덜 터덜 걸어 내려갔다.

저녁 식단은 늘 먹던 햄, 치즈, 토스트와 눅눅해진 딸기 잼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한 번도 바뀌지 않았던 하루 식사가 이제 난 점점 질려갔다. 한 번도 제스퍼가 내게 해준 뭔가에 투정이란 걸 부려본 적 없었지만 그저께 아침 식사 때, 난 도저히 이 밥을 못 먹을 것 같았다. 정말이지 토가 나오려고 했다.

오늘은 괜찮을 줄 알았는데 이젠 냄새만 맡아도 장청소가 되듯 토가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화가 올라왔다.
"제스퍼, 나 이제 더 이상 이거 못 먹겠어요. 매일 똑같잖아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속이 울렁거린다고요!!" 있는 힘껏 화를 내 보려고 했지만 제스퍼와 눈이 마주치자 나도 모르게 두 손이 모아졌다.
"죄송해요.. 저..."
"먹지 말아라.. 그냥 방에 올라가거라." 제스퍼는 목소리를 평소보다 더 깔고, 무서운 말투로 조곤조곤 말했다. 나는 바로 방으로 올라갔다. 
분명히 내 등 뒤로 제스퍼는 내가 방에 들어갈 때까지 계속 날 주시하고 있었을 것이다. 소름이 돋는다.

전엔 없었던 분함이 내 속에 점점 쌓여가고 있었다. 아무리 찾아봐도 분을 풀 곳이 없었다. 나는 그 속상함을 눈물로 그대로 뱉었다. 그에게 들키기는 너무 분했기에 배게에 머리를 박고 조용히 흐느꼈다.

몇 분 후, 마음을 가라앉히고 눈물을 닦으면서 문득 의문이 하나 들었다. 
'저 인간은 뭘 위해서 날 여기에 가둬 놓고 키우는 거지?' 
갑자기 별로 눈에 안 밟히던 제스퍼의 수상한 행동이 하나 하나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내가 아침에 거실에 나와 있으면 절대 방에서 나오는 걸 본 적이 없는데. 맞아, 항상 화장실에서 나왔어. 뭔가 이상해, 변기 누르는 소리도 들린 적이 없는데...' 몸이 오싹하고 닭살이 돋았다.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것들이, 갑자기 모든 게 이상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왜 이런 것들을 신경 안 쓰고 있었던 거지? 왜 몰랐던 거지?' 머리가 깨질 듯 아팠고 더 이상 생각하기도 싫었다. 그냥 자면 일상이 돌아올 것 같았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나도 모르는 새에 난 잠이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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