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를 연결해 준, '느리게 가는 우체통'

태어날 때부터 엄마를 못 본 아이들은 예상 외로 많다.
다양한 이유 중에서도 이 이야기는 주인공인 은유를 낳다가 죽은 엄마를 묘사했다.
엄마 없이 살아온 아이들은 처음에는 '왜 나한테만 없을까?'라며 이상함을 느끼다가, 어느 정도 크면 분하고, 억울해하며 가끔 울컥해할 것 같다. 그러다가 그 감정에 익숙해지고, 무뎌지겠지.

이 책에는 엄마 없이 15년을 살아온 송은유, 그녀의 엄마가 시간을 거슬러 편지를 주고받으며 결국 서로가 모녀지간임을 깨닫게 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서로가 그저 1982년과 2016년의 시대를 뛰어넘어 편지를 주고 받는 신기하고 특별한 사이라고만 생각했던 두 은유(이름이 같음).
둘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간다. 2주마다 편지를 받는 미래의 은유가 편지를 보내면 1년 뒤에 과거에 사는 은유에게 도착한다.
미래의 은유는 과거의 은유에게 수능 기출문제를, 과거의 은유는 미래의 은유에게 엄마의 얼굴을 볼 수 있게 도움을 나누기로 한다.

송은유(미래)는 15년동안 짜증나는 아빠가 입 꾹 닫고 알려주지 않은 덕분에 엄마의 이름도, 얼굴도, 아무것도 모른다. 그녀를 위해 조은유(과거)는 송은유의 아빠 송현철을 찾기 시작한다. 엄청난 노력 끝에 조은유는 송은유의 아빠를 대학 동아리에서 만나게 되고, 둘은 친구를 맺는다.
그리고 송현철을 미행하며 송은유의 엄마인 사람을 여러 단서로 찾아내기 시작한다. 그러다 결국 편지는 갑작스럽게 끊긴다.

그 시점 미래에 사는 송은유는 아빠와 관계를 회복하게 된다. 그제서야 아빠는 15년 간 숨겨왔던 은유의 엄마에 대한 얘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엄마가 은유에게 보낸 편지를 같이 전해준다.
조은유의 마지막 편지. 엄마의 마지막 편지. 눈물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엄마는 늘 네 곁에 있을 거야. 아주 예전부터 그랬던 것처럼.
이 편지가 그랬던 것처럼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2016년 11월 16일
아주 따듯한 곳에서 엄마가

시간을 거스르는 이야기는 소설로도, 영화로도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어 왔지만 이 작품은 소중한 사람을 영원히 잃어버린 이들을 위로해 주는, 소중한 사람과의 인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고유한 힘이 있다.
흘러가는 말을 본 적이 있는데, 문학은 무엇을 이야기하는가보다 그것을 어떻게 드러내고 보여주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한다.
이 책처럼 흔한 주제를, 자신의 고유한 본질을 흐리지 않고 분명히 표현하는 것은 문학적으로 어려운 일일 것이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는 그 일에 성공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블랙 아웃]을 읽고

[계단의 집]을 읽고

[몬스터 바이러스 도시]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