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괜찮은 하루]를 읽고

세상이 조용하다고 생각한 한 소녀가 있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원래 그런 세상인 줄 알았던 소녀는 자신만이 듣지 못한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엄마는 절망한다.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싶었던 소녀는 자기 대신 소리를 들어줄 토끼 '베니'를 그리기 시작한다. 자신이 만들어낸 토끼 '베니'와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한 소녀에 대한 희망적인 이야기다.

책 중에는 이런 말이 있다.

하루, 한 시간, 일 분 일 초...
어떤 날에는 시계를 보고 싶지가 않아요.
자꾸만 제게 남아 있는 시간이 사라지는 것 같거든요.
그래도 이제 슬프지 않아요.
아직도 제게는 희망이 남아 있거든요.

- #04 나에겐 ... 너무 소중한 하루하루

그녀는 두 살 때 열병을 앓은 뒤, 소리를 잃었다. 그렇지만 그녀에게는 그림이 있었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그림으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러나 몇 년 전, 그녀는 시력도 잃게 되는 병에 걸렸다. 소리가 없는 조용한 세상에서 살던 그녀는 지금 빛까지 사라지는 세상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말하는 오감) 먹고, 듣고, 보고, 만지고, 향기 맡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더욱 울컥한다. 내가 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어떻게 예상할 수 있는가. 이 눈 속에 예쁜 것만 담고, 아름다운 것만 간직하기 위해 우리의 눈은 살아있는 거라고 느꼈다.

상상해 보자. 태어나서부터 유전적으로 청력을 잃는 것과, 성장할 대로 성장하고서 사고로 청력을 잃는 것. 어느 게 더 고통스러울까?
처음엔 태어날 때부터 아무 것도 듣지 못하는 게 차라리 낫겠다고 생각했다. 약에 중독되듯이, 한번 취한 것에서 쉽게 미련을 떼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린 정말로 축복 받은 사람들이다.
내가 당장 내일부터 소리를 잃게 된다 할지라도 14년 동안 들어왔던 숨소리, 바람 소리, 아기의 울음 소리, 피아노 연주 소리, 파도 소리....
소리를 잃은 나는 과연 내가 살아있다는 걸 느낄 수 있을까?

나를 비롯한 오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은 그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 동안 열심히 즐겨라. 행복해라.
우리가 그 능력을 가지고 살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보고 듣고 맛보고 만지고 맡을 기회를 주었다는 거다.
이 책으로 큰 교훈을 하나 얻었다. 이 책의 작가처럼, 하루, 한 시간, 일 분, 일 초. 내게 주어진 기회를 행복하게 사용하며 살기로.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블랙 아웃]을 읽고

[계단의 집]을 읽고

[몬스터 바이러스 도시]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