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부터 천천히]를 읽고
책 속에서 두 가지의 세계가 있다. '어떤 세계', 그리고 '세계'. 이야기의 화자는 '나', 우경 그리고 병준이 회마다 바뀌면서 진행된다. 병준과 우경은 서로가 전 애인 관계이다.
병준이 큰 사고를 당하고, 어떤 세계 속에서 맴돌게 된다.
중환자실 뒤에 있는 세계지도에는, 환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그 중 병준의 이름이 적혀 있는 두 점. 부산과 오키나와다.
시간이 뒤섞인 공간인 그곳은 늘 여름이며, 카프카가 흑백 사진 안에서 흑맥주를 마시고 있는 '더블린'이라는 술집이 있고, 중앙동 노천카페에서 두 작가와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시공간이다. 그곳은 대체로 1980~90년 쯤 되어 보인다.
'여름의 부산'에서 점점 멀어져 오랜 길을 걸어온 병준은 한 주유소로 들어가고 사물, 동물, 그리고 사람을 차례로 마주하게 되고, 순차적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그가 도착한 '어떤 국제'는 사물의 '전구'와, 동물인 '물고기' 그리고 소녀와 대화하는 이상한 형태를 가져 비록 어색하지만 보다 편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다.
부산의 국제시장, 오키나와의 국제거리. 제각기 다른 모습의 국제이지만 병준은 '어떤 국제'를 마치 혜화동 산책하듯 활보한다.
한편 그의 5년 전 애인 우경은 매일같이 병준의 보호자로서 중환자실을 드나든다.
우경은 병준이 오래 전 가족과 연락을 끊은 것을 알고 있지만, 자신과도 한참 전에 연락을 멈췄기에 어째서 자신이 보호자가 되었는지 모른다.
그녀는 기계를 통해 숨줄만을 붙잡고 있는 병준을 보면서 전처럼 큰 감정은 없으나 아예 없다고는 못 할 미묘한 감정이 교차하게 된다.
우경은 주말에 시간을 내서 병실 내 세계지도에 병준의 이름이 찍혀 있는 부산의 달동네부터 가 보기로 한다. 우경은 당최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런 의심 없이 보이는 골목을 들어간다.
이 책은 어렵고 깊은 내용으로 흘러가지만 신기하게도 그 매력에 빠져 계속 읽게끔 만든다.
우경과 병준의 이야기는 특히 어려웠다.
5년 전 결별한 두 옛연인이 5년이 지나서야 중환자와 뜬금 보호자로, 서로 대화도 못 하는 그런 재회를 하게 된다는 게 솔직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대체 5년 전 그들은 어떤 사이었는가. 우경은 무슨 생각으로 병준 곁을 계속 지키는가. 많은 궁금증이 찾아왔지만 점차 알게 되었다. 우경과 병준의 말과 행동에서 난 간접적으로, 암묵적인 답을 받고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호한 감정을 안고 한 장씩 넘겨가며 읽은 책이기 때문에, 비록 '내가 읽었던 손에 꼽히는 인상깊은 책'에는 못 들지라도 이렇게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의 책은 언제 읽어도 새롭고 신비롭다. 내가 이 짙은 세계에 들어가 있는 주인공이 된 마냥 책에 몰입하게 되었다.
병준이 큰 사고를 당하고, 어떤 세계 속에서 맴돌게 된다.
중환자실 뒤에 있는 세계지도에는, 환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그 중 병준의 이름이 적혀 있는 두 점. 부산과 오키나와다.
시간이 뒤섞인 공간인 그곳은 늘 여름이며, 카프카가 흑백 사진 안에서 흑맥주를 마시고 있는 '더블린'이라는 술집이 있고, 중앙동 노천카페에서 두 작가와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시공간이다. 그곳은 대체로 1980~90년 쯤 되어 보인다.
'여름의 부산'에서 점점 멀어져 오랜 길을 걸어온 병준은 한 주유소로 들어가고 사물, 동물, 그리고 사람을 차례로 마주하게 되고, 순차적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그가 도착한 '어떤 국제'는 사물의 '전구'와, 동물인 '물고기' 그리고 소녀와 대화하는 이상한 형태를 가져 비록 어색하지만 보다 편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다.
부산의 국제시장, 오키나와의 국제거리. 제각기 다른 모습의 국제이지만 병준은 '어떤 국제'를 마치 혜화동 산책하듯 활보한다.
한편 그의 5년 전 애인 우경은 매일같이 병준의 보호자로서 중환자실을 드나든다.
우경은 병준이 오래 전 가족과 연락을 끊은 것을 알고 있지만, 자신과도 한참 전에 연락을 멈췄기에 어째서 자신이 보호자가 되었는지 모른다.
그녀는 기계를 통해 숨줄만을 붙잡고 있는 병준을 보면서 전처럼 큰 감정은 없으나 아예 없다고는 못 할 미묘한 감정이 교차하게 된다.
우경은 주말에 시간을 내서 병실 내 세계지도에 병준의 이름이 찍혀 있는 부산의 달동네부터 가 보기로 한다. 우경은 당최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런 의심 없이 보이는 골목을 들어간다.
이 책은 어렵고 깊은 내용으로 흘러가지만 신기하게도 그 매력에 빠져 계속 읽게끔 만든다.
우경과 병준의 이야기는 특히 어려웠다.
5년 전 결별한 두 옛연인이 5년이 지나서야 중환자와 뜬금 보호자로, 서로 대화도 못 하는 그런 재회를 하게 된다는 게 솔직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대체 5년 전 그들은 어떤 사이었는가. 우경은 무슨 생각으로 병준 곁을 계속 지키는가. 많은 궁금증이 찾아왔지만 점차 알게 되었다. 우경과 병준의 말과 행동에서 난 간접적으로, 암묵적인 답을 받고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호한 감정을 안고 한 장씩 넘겨가며 읽은 책이기 때문에, 비록 '내가 읽었던 손에 꼽히는 인상깊은 책'에는 못 들지라도 이렇게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의 책은 언제 읽어도 새롭고 신비롭다. 내가 이 짙은 세계에 들어가 있는 주인공이 된 마냥 책에 몰입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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