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wen-2]

다음 날, 나는 그의 행동 하나하나를 주시하고 관찰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도 매일 아침 화장실에서 나오는 것 외엔 별다른 게 없었다.
나는 제스퍼가 외출한 동안 화장실을 제대로 살펴 보았다. 
아무리 봐도 수상함이란 찾아볼 수 없는 평범한 화장실이었다고 생각하며 볼일이나 보고 있는데, 환풍기가 공공장소에서의 것보다 크기가 1.5배 정도 눈에 띄게 커 보였다.
하루에 적어도 한 번은 화장실을 가는 내가 이걸 왜 이제야 발견한 걸까.
조심스레 환풍기를 열어 보려는데 어쩐 일인지 뚜껑이 꿈쩍하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아주 작은 잠금장치가 붙어 있었다. 너무 작았기에 이건 힘으로도 뜯어지겠거니 했다. 두 손으로 양쪽 환풍기 뚜껑을 단단히 잡고 당기려는 순간,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빠른 속도로 화장실에서 빠져 나와 내 방으로 올라갔다.
자꾸 아쉬운 마음에, 밖에서라도 파 보려고 외출 준비를 해 밖으로 나갔다.
나는 내가 아는 아이들 중 가장 특이하고 보통 애들과는 뭔가 다른 친구인 에바를 찾아갔다.
사실, 전혀 안 친하고 서로의 존재밖에 모르는 사이지만 그녀에게 가면 뭔가 수확이 있을 것 같았다.

"뭐야, 네가 무슨 일로?" 예상했던 대로 반응은 무뚝뚝했다.
"뭘 좀 물어보려고요..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최대한 호랑이의 코털을 건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에바는 혼자 사는 집이라 조금 지저분하다며 거실로 날 안내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제스퍼 얘길 꺼냈다.
사실 나에 대해 모르는 게 이상할 정도로 난 유명하다. 총책임 교수인 제스퍼가 날 데리고 간 5살의 나이부터 난 이미 유명인이 되어 있었다.
에바는 내 생각을 듣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러나 결국 나에 대한 신뢰가 부족했는지,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말을 못 해 주겠다고 했다.
나는 계속 에바를 설득했다. 이번에는 뭔가 알아가는 게 있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녀는 선뜻 입을 열지 못하였다. 나는 기어코 한 시간을 버텨 에바를 설득시켰다. 에바는 서재로 가야 한다며 날 데리고 갔다. 

그녀의 서재는 엄청나게 컸다. 내가 감탄하는 사이 에바는 책 한 권을 꺼내 들어, 나에게 보여주었다.
"이 책 속에는 내가 제스퍼에 대해 그간 조사한 비록이 적혀 있어. 간략하게 설명해 줄게.
그는 일단 수상한 점이 엄청나게 많아. 다른 위인들처럼 자신만의 역사가 있어야 정상인데, 제스퍼는 언제 어디서 태어났으며 어떠한 계기와 방법으로 가장 높은 직위를 가진 교수가 될 수 있었는지 등을 어디서도 찾을 수 없어. 
또, 보통 나처럼 궁금증에 대한 여러 가설을 펼치는 사람이 많을 법도 한데 인터넷 그 어디에도 나 이외에는 제스퍼에 대한 예측을 하는 사람이 없어. 정말 이상한데, 파헤치기가 너무 어려워. 너희 집에 잠입해보려고도 해 봤는데, 알다시피 벽에 손이 닿는 순간 내 정체가 발각되기 때문에.."

나는 그 뒤로 에바가 준 책을 한참 읽었다. 나는 가진 것도, 잃을 것도 없었기에 우린 서로에게 도움을 주어 기어코 제스퍼의 비밀을 알아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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