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 not yet]
난 열네살이다. 내 친구들은 모두 각자의 꿈을 정하고 노력하고 있다.
이맘때면 다들 진로를 정하고 자신의 길을 꾸준히 걷고 있을 거다.
그러나 난 아직이다.
처음엔 그림을 그리는 게 좋았다. 그래서 미술을 하는 예술가를 꿈꿨다.
그러다 가수였다. 아이돌 가수가 되는 걸 상상하며 친구들과 줄곧 노래와 춤을 연습하곤 했다.
다음엔 체육이 하고 싶었다. 여러 가지 배워 본 것 치곤 꾸준히 한 게 어찌 하나도 없었다.
한동안 수영을 열심히 배우다가 마스터 한 뒤 끊고, 다른 걸 조금씩 배워 보다가 사촌 언니를 통해 피겨스케이팅을 접했다.
꽤 많이 좋아했던 것 같다. 아빠가 피겨를 끊게 하려고 할 때도 펑펑 울며, 싫다고 악을 썼다.
근데 그것마저 끊었다.
그만둔 운동들 모두 내 의지로 끊은 거다. 부모님은 지원을 계속 해 주셨고, 끊자고 한 건 나였다.
그런데 난 왜 아직도 운동이 하고 싶은 걸까. 이젠 잘 모르겠다.
진짜 정말 하고 싶은데, 체육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은데 그러고선 또 몇 년 하다가 그만두고.
무엇보다 이미 난 지금 열네살이다. 다들 늦었다고 한다.
신경 쓸 필요가 없지만, 신경이 정말 많이 쓰인다. 나의 머릿속에 영향이 안 갈 리 없는 그런 말들이 한 명이 아닌 여러 명들의 입에서 아무렇지 않다는 듯 뱉어나와 날 찌른다.
'천천히 정해도 늦지 않아.'
아니, 싫어. 난 빨리 정해서 지금부터 열정적이고 싶어.
전에도 항상 무언갈 꿈꾸지 않은 적이 없던 나였기에 지금 이 시기가 너무도 어색하고 불편하고 빨리 어딘가에라도 자리잡고 싶다.
'지금 공부 열심히 하면 나중에 뭘 해도 성공해.'
거짓말이라고 본다, 난. 지금 하고 싶은 거 다 해 보고, 오히려 공부를 나중에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난 열심히 공부해서 스펙 쌓고 경력 쌓아 취업 성공해서 안정적인 삶을 살고픈 게 아니라고. 애초에 그런 삶을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무리 다이나믹하고 힘들어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 그저 평범한, 밖엘 보면 널린 회사원들보단 오히려 고난과 역경으로부터 내 꿈을 지키고 단련시켜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정말 그렇게 될 수 있을까? 막연한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만 하면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찾아야 한다, 어서 찾고 싶다. 내가 정말 하고 싶어하는 일이 뭔지.
그리고, 책도 많이 읽어서 정신을 단련시켜야겠다.. 그래야 그나마 좀 오래 하다 그만두지 않을까?
어쨌거나 모든 청소년들이 파란만장한 십대를 공부보다는 꿈을 좇고 친구들과 노는 데 쏟길 바라며 글을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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