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018의 게시물 표시

[The Truman show]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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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 쇼'는 약 4억의 인구들이 트루먼이 태아일 시기부터, 가정을 꾸린 아저씨로 성장하는 걸 라이브로 방송하는 유명한 TV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트루먼은 자신의 사생활이 모두 녹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 태어났을 때부터 쭉. 대학 생활 도중 트루먼은 '실비아'라는 여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그건 '트루먼 쇼'의 대본에 없던 내용이었다. 그래서 스탭들(그러니까 스튜디오 안의 모든 연기자들)은 둘을 노골적으로 떼어놓으려고 한다. 결국 실비아는 '피지'라는 섬으로 떠난다는 것으로만 자취를 남기고, '트루먼 쇼'의 자신이 맡은 배역에서 해고당한다. 트루먼이 결국 스튜디오 세트를 빠져나가는 마지막 신을 보고 실비아는 뛸 듯이 기뻐하며 그를 맞이하러 나간다. 아무런 문제 없이 편하게 살던 그가 세트를 탈출하여 현실 세계를 맞이하였을 때, 사랑으로 지켜줄 것이 예상되는 대목이었다. 사실 현실 세계에서 정말 저런 프로그램이 있다면 청원이 엄청났을 것이다. 거의 90% 장담한다. 그러나 저 영화는 오래되기도 했고, 지어낸 이야기이기 때문에 볼 때 별로 불편하진 않았다. 왜 저 얘길 먼저 시작했냐 하면 난 솔직히 저 영화를 보면서 많이, 반복적으로 경악하다시피 했다. 트루먼이 자신이 꽉 막힌 스튜디오 안에 같혀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에 제일 놀랐고, 감독이 저런 방송을 만들었으며 수십 년 동안 촬영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에 감탄했다.(반어법이다.) 한 사람의 사생활을 저렇게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건, 엄청난 인권 침해이다. 영화 중에 트루먼 쇼 감독이 인터뷰하는 장면이 있는데,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저흰 트루먼에게 특별한 삶을 살 기회를 준 겁니다." (대사 확실하지 않음) 과연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저런 아무 걱정 없는 세상이 실존한다면 나 또한 가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트루먼은 태어나서부...

[내 친구는 슈퍼스타]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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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백현지, 그녀의 제일 친한 친구 진수희. 현지는 수희와 찍은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게 된 이후로 수희는 흔히들 불리는 '슈퍼 스타'가 된다. 현지는 노파심에 뒤에서 악플을 달고, 앞에선 친한 척을 한다. 그래 놓고 현지에게는 "내 덕분에 유명해 졌잖아!" 라는 농담을 입버릇처럼 하며 장난 치는 게 일상이다. 언뜻 보기엔 문제가 없지만, 연예인인 수희는 그 말을 들어도 정말 아무렇지 않을까? 정답은, '아니다'다. 내가 예상컨데 수많은 아역 배우들, 어린 가수들 등 적은 나이임에도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방송인들은 분명 예전의 평범한 인생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다. 왜냐고? 일단 잃는 것이 정말 많을 것이다. 또 주변의 시선이나 그 나이대에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아닌, 성인 때나 하는 '일', '직업'을 진짜 빨리 찾은 것이다. 그런 아이들의 삶이 결코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들의 고통은 상상도 못 할 정도일 수 있다. 또, 일상생활이 정말 불편해질 거다. 셀 수 없이 많은 기자들이 그림자를 밟으며 수희를 따라다닐 것이며, 조그만 오점이 보여도 엄청나게 부풀린 기사들이 뜰 것이다. 말 그대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요소들의 투성이. 이 두 가지만으로도 어린 나이인 수희에게는 충분히 스트레스가 클 수밖에. 그래서 자신의 사진에 눈을 도려내고 빨간색 펜으로 낙서를 한 일도 전혀 이해가 안 되진 않았다. 내 생각엔 어린 나이에는 연예계 진출을 막았으면 좋겠다. 연예인들을 그렇게 괴롭히는 걸 막아야 하는 게 근본적인 문제지만, 그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엔 많은 아역 배우들, 아역 배우 지망생들이 있다. 이 글을 혹시라도 읽게 된다면 한 번은 다시 고심해보았으면 한다.

[모모]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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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는 보통 동화로 알려져 있다. 나 또한 완독자는 아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숨은 주제의식의 깊이를 모른다. 어린이가 읽어도, 학생이 읽어도, 어른이 되서 읽어도 유치하지 않는 모든 연령대가 즐겨 읽을 수 있는 이야기인 것이 신비로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책 소개를 해 보겠다. 주인공인 모모는 혼자서 뭐든 해 나가려고 하는 아이다. 마을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도, '혼자서 거뜬히 해낼 수 있다'고 말하며 싱긋 웃음짓는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웃음짓게 만드는, 이야기 잘 들어주는 기술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바로 마을 사람들이 모모를 찾는 이유다. 순수하고, 깨끗한 영혼을 주위에서 어디 쉽게 찾을 수 있나? 모모는 누구라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존재인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정말 잔잔히 물 흘러가는 분위기에서 읽었기 때문에 킬링 포인트라고 해야 하나, 엄청 인상 깊었던 부분이 많이 없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을 꼽으라면 바로 이 문장이다. '나는 이 모든 일이 이미 일어난 일인 듯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일어날 일인 듯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 내게는 그래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 [모모] 중 364 쪽 언뜻 보면 그저 그런 문장일 수 있지만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읽으면 읽을수록 깨달을 수 있는 의미가 많고 깊다. 만약 내가 시험을 망쳤다는 전제 하에 문장에 비유해보자면, 앞으로도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그게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는 얘기가 된다. 아주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것에 비유를 해도 앞과 뒤, 과거든 미래든, 시간은 상관이 없다는 말로 해석했다. 내겐 꽤나 멋진 말로 와닿았다. 이렇듯 계속 읽으면 읽을수록 그 진가의 깊은 맛이 나는 문장들이 정말 수두룩하고 많은 이 책은 아주 많은 독자들의 손길을 닿는 데에 성공했다. 그만큼의 인지도 만으로도 칭찬거리가 많아지는 책이었다. 그렇기에 한 번 이상은 꼭 읽어 봐야 한다.

[방관자]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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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중학교 1학년인 에릭을 중심으로 학교 안 여러 인물들의 갈등상황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이다. 말 그대로 왕따, 학교 폭력 등이 주제인데 보통 '방관자'는 가해자와 똑같이 취급되는 폭력을 가담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에릭은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간 후 다니게 된 학교에서 그리핀이라는 아이를 만나게 된다. 차차 학교에 적응해 나가던 에릭은, 그리핀이 한번 눈에 띈 아이는 끝까지 괴롭힌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점점 에릭은 그리핀의 어두운 진짜 모습을 알게 된다. 이 책을 읽는 수많은 아이들이 이야기에서 본인의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조금 고통스럽겠지만 다 읽었으면 한다. 내가 인상깊었던 점은, 보통 이런 소재의 류는 주체인 피해자나, 아니면 제일 앞에서 일을 벌이던 주동자를 비춘다. 하지만 이 책은 피해자, 방관자, 가해자 셋 중 가장 비중이 적은 방관자를 주체로 삼아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자체로부터 흥미로웠다. 이 이야기에서 복잡하고 갈등의 상황이 쉼도 없이 주어질 때마다 가끔 나오는 본능적인 의식을 잘 표현했는데, 상황이 아무리 심각하던 본능적으로 나오는 태도를 잘 표현했다는 게 정말 인상깊고 좋았다. 진짜 매우 많은 수의 학생들이 공감할 이야기이므로, 많은 사람들이 접했으면 하는 책이었다.

[over not yet]

난 열네살이다. 내 친구들은 모두 각자의 꿈을 정하고 노력하고 있다. 이맘때면 다들 진로를 정하고 자신의 길을 꾸준히 걷고 있을 거다. 그러나 난 아직이다. 처음엔 그림을 그리는 게 좋았다. 그래서 미술을 하는 예술가를 꿈꿨다. 그러다 가수였다. 아이돌 가수가 되는 걸 상상하며 친구들과 줄곧 노래와 춤을 연습하곤 했다. 다음엔 체육이 하고 싶었다. 여러 가지 배워 본 것 치곤 꾸준히 한 게 어찌 하나도 없었다. 한동안 수영을 열심히 배우다가 마스터 한 뒤 끊고, 다른 걸 조금씩 배워 보다가 사촌 언니를 통해 피겨스케이팅을 접했다. 꽤 많이 좋아했던 것 같다. 아빠가 피겨를 끊게 하려고 할 때도 펑펑 울며, 싫다고 악을 썼다. 근데 그것마저 끊었다. 그만둔 운동들 모두 내 의지로 끊은 거다. 부모님은 지원을 계속 해 주셨고, 끊자고 한 건 나였다. 그런데 난 왜 아직도 운동이 하고 싶은 걸까. 이젠 잘 모르겠다. 진짜 정말 하고 싶은데, 체육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은데 그러고선 또 몇 년 하다가 그만두고. 무엇보다 이미 난 지금 열네살이다. 다들 늦었다고 한다. 신경 쓸 필요가 없지만, 신경이 정말 많이 쓰인다. 나의 머릿속에 영향이 안 갈 리 없는 그런 말들이 한 명이 아닌 여러 명들의 입에서 아무렇지 않다는 듯 뱉어나와 날 찌른다. '천천히 정해도 늦지 않아.' 아니, 싫어. 난 빨리 정해서 지금부터 열정적이고 싶어.  전에도 항상 무언갈 꿈꾸지 않은 적이 없던 나였기에 지금 이 시기가 너무도 어색하고 불편하고 빨리 어딘가에라도 자리잡고 싶다. '지금 공부 열심히 하면 나중에 뭘 해도 성공해.' 거짓말이라고 본다, 난. 지금 하고 싶은 거 다 해 보고, 오히려 공부를 나중에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난 열심히 공부해서 스펙 쌓고 경력 쌓아 취업 성공해서 안정적인 삶을 살고픈 게 아니라고. 애초에 그런 삶을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무리 다이나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