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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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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사회는 우리가 따라가기엔 너무 빠르다. 특히 치열하고, 흠 잡히면 안 되고, 남들처럼만 하면 좋으며 튀는 행동은 금기하다시피 되어버린 서울의 도시. 우리는 왜 다른 이들과 같아지기 위해 애쓰고, 다들 열심히인 이 사회에서 뒤처지지 않게 애쓰며, 녹초가 되어 버린 몸을 아무렇지도 않은 멀쩡한 몸으로 탈을 씌워 가며 날 감추는 걸까. 흔하고 흔한 요새 시집과 에세이 덕분에 시와 에세이를 잘 읽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특이한 제목에 꽂혀 꺼내 본 이 책은 혼란스럽고 어지럽고 띵한 머리를 식혀주는 데 도움을 주었다. 몇 줄 안 되는 짤막한 구절에서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계속해서 책장을 넘기다 보면 미칠 듯이 공감되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어쩜 사람 맘에 쏙 들 말을 썼을까? 역시 사람 심리는 작가에게 전문 분야여야 하나 보다. 어쨌건, 우리 모두는 지금 현대 사회의 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개성을 살리는 행동에 대한 반감을 조금이라도 줄여야 할 필요 또한 있다. 그게 어떤 이에게 불쾌감을 주는 어떤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그래야 이 혹독한 서울, 도시, 사회에서 내가 성장하고, 네가 성장하고, 우리가 성장한다.

[어바웃 타임]을 감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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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그저 평범한 직장인에 그친다. 그에 반해 그의 여자친구는 눈부시게 아름답고 또 아름답다. 처음엔 우연한 만남이었으나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남자는 몇 번을 돌리고 돌려 아내를 애인으로 만든다. 이 영화로 나는 두 가지의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첫째. 사랑은 절대 자신의 욕구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 영화는 남자가 우연히 여자를 쉽게 꼬셨고, 행운스럽게도 멋진 영화를 위한 멋진 사랑이 나온 거라고 말하는 게 팩트일 수 있다.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 이런 운명적인 사랑 따위는 쉽사리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현실을 자각하길 바란다. 일방적인 사랑, 흔히 짝사랑. 그리고 결말을 맞이하는 사랑. 우리는 그것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항상 되어 있어야 한다. 둘째. 시간 역행의 능력을 가진 나는 어떻게 그 능력을 사용할 것인가. 물론 내가 절대 그 유혹을 뿌리칠 수 없을 거라고 거의 90% 확신한다. 그래도 결국 언젠가 주인공처럼 깨달음을 얻고, 다시는 그런 능력을 사용하지 않을 거라고도 확신한다. 주인공이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쓸 때마다, 거의 순조롭게 별 문제 없이 흘러가는 걸 보면서 역시 영화는 영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아마 저 상황 그대로 현실에도 적용된다면 절대 남자는 자신이 번복한 실수를 만회할 수도, 후회할 겨를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내 말은 어떠한 유혹을 잘 제어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다. 선택은 쉽고 작지만, 결과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크다. 우리는 보통 로맨스 영화를 보면서 사랑에 초점을 맞춘다. 남자와 여자의 아름다운 사랑에 너무 몰입해서 나도 모르게 감상 중에 행복하고, 사랑스럽고, 아름다움에 눈물을 흘렸다. 배우들이 연기를 얼마나 잘 했으면. 행복해서 눈물을 흘린 게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어바웃 타임>의 영화감독이 영화로 전달하려는 진짜 교훈은 무엇이었을까?

[굿모닝 사이언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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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국어 시간에 읽었던 책이다. 네 명이서 한 조이고 조마다 다른 종류의 글을 골라 가져간다. 조마조마하게 가위바위보에서 이겨, 내가 원하는 책을 고를 기회가 주어졌다. 장편 소설집과 이 청소년 과학 교양서가 눈에 띄었다. 평소에 시키지 않으면 잘 읽지 않을 것 같은 이 책을 집어 왔다. 모둠 아이들의 표정은 말 그대로 '아. 망했다' 였다. 이 책 속은 여러 가지의 다양한 과학 분야를 다뤘다. 과학 책인 만큼, 우리가 알고 있는 몇 가지 과학 분야에 대한 심화적인 설명이 담겨 있다. 우리 조원 네 명이 몇십 가지 챕터 중 각각 하나씩 골랐다. 한 친구가 '산산히 부서진 유리잔'을 골랐다. 무정형 결정구조와 열역학 제2법칙을 자세하게 배울 수 있었다. 내가 여태껏 과학에 대해 너무나도 몰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이 굿모닝 사이언스이듯 책 속의 몇십 가지 내용은 모두 일상적인 환경에서 비롯되는 상황을 과학적으로 풀어 설명해준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주위의 모든 상황이 자연스레 궁금증으로 바뀌었다. 역시 청소년 교양서는 막 정하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내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이듯이 잘 하려는 욕심보다는 뭔가 하나라도 더 많이 배우고 알아 두자는 생각이 머리에 확 박혔다. 교양이던, 학교 공부던 간에 이런 교양서나 평범한 과학 서적을 앞으로는 더 많이 찾아 읽어야겠다.

영화 [어른도감]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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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 경언은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삼촌 재민을 만난다. 사기꾼 재민은 경언이 앞에 남겨진 보험금을 모두 잃어 버리고 돈을 구하기 위해 부녀로 위장해 사기극을 벌이게 된다. 똑부러지고 야무진 경언은 삼촌의 낌새를 눈치채고 진작에 핸드폰 내부 모든 메모리를 백업해 두는 등, 중학교 1학년으로는 절대 안 보일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도 둘은 미운 정이라도 들었는지 점차 가까워지고 진짜 삼촌과 조카처럼 바뀌어 간다. * 여기서부터는 스포가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 마지막 컷에 재민의 도움을 받아 경언은 떨어져 소식도 없이 살던 엄마를 만나러 간다. 아마 경언이가 만난 여자는 엄마가 맞았을 것이다. 그런데 경언은 그냥 걸어 내려온다. 결국 삼촌과 지내기로 결정한 경언이는 재민과 좋은 가족이 된다. 재민은 사기만 칠 줄 아는 서툰 삼촌이지만, 경언이가 기분이 안 좋을 때면 예쁜 야경도 보러 데려가 주고 어떻게든 마음을 풀어 준다. 그런 삼촌의 노력을 본 경언이는 점점 마음을 열게 된다. 둘의 케미는 너무 재미있었다. 감동 30 % 에 코믹 70% 인 영화였다.

[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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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이 된 한 여학생의 학교생활을 읽었다. 나랑 같은 나이라서 내 친구를 보는 기분이었다. 주인공은 생각이 매우 복잡하고, 허세도 부리고, 변덕이 심하다. 저 애의 머릿속이 참 어렵다고 느껴지는 한편 공감이 되기도 한다. 정신을 차려 보면 주인공을 응원하고 있는 내가 보인다. 그냥 학생 시절을 책 줄거리로 정했다면 너무 지루할 수도 있다. 흔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근데 이 책은 19살이 된 주인공이 16살 때 육성으로 녹음해 놓은 파란만장한 일들을 회상한다. 좀 기막히고 신선한 발상이라서 나도 저렇게 해 볼까?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그래서 이틀 동안 내 하루를 녹음해 봤다. 그런데 원래 영화가 너무 길면 재미가 없듯이, 녹음도 마찬가지이다. 때문에 나는 아침에 2회, 자기 전까지 3회로 나누어 총 9분 정도 되는 녹음을 했다. 그 행동을 이틀 동안 반복한 뒤, 일주일 정도 뒤에 참지 못하고 들어 보았다. 마치 일기를 읽는 기분이었다. 가끔 어렸을 때 쓴 내 일기를 읽으면 나의 어린 시절 목소리가 귀에 속삭이는 기분이 든다. 일주일 동안 숙성된 타임캡슐을 열어보는 기분이었다. 유치원 때부터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강제적으로 줄곧 시켜온 일기라는 글쓰기를, 어른들은 왜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는지 이제야 알겠더라. 지금 1분, 1시간, 1일, 그리고 1년씩 소비되는 나의 시간은 어쩌면 돈으로 환산하면 감당치 못할 액수가 나올 가치가 있는 존재이다. 우리는 그 엄청난 존재를 느껴야 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뇌구조란 어쩔 수 없다.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고, 그 뒤에 후회하는 짓을 반복한다. 그러나 중요한 건 우리가 지금 쌓아온 시간들보단 앞으로 쌓일 거대한 시간들을 어떻게 쓰느냐이다. 난 나의 행복을 위해 쓸 것이다. 물론 그 모든 시간을 나의 행복을 위하여 쓴다는 것은 아니다. 미래의 내 행복을 배로 키우기 위하여 노력하고, 그 노력하는 맛에서 보람과 자랑스러움을 맛볼 것이다. 어떤 이는 사랑을 위해 그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