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019의 게시물 표시

[아파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 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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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동물들의 삶을 소개하는 동시에, 동물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동물 복지에 관한 이슈들을 제시한다. 유기견, 로드 킬, 육식, 멸종 위기 동물, 동물 전염병 등에 대한 베테랑 수의사의 문제 제기와 그만의 해법들. 그것들은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우리와 더불어 사는 많은 동물을 올바로 지키고 사랑해야 하는 인간의 책임감을 일깨우는 게 목적이라고 한다. 내가 가장 인상깊었던 소절은, 책의 8~9쪽과 86쪽이었다. p.8~9 : 동물 치료의 핵심은 측은지심이라고 생각한다. 동물이 아픈 모습을 보면 불쌍하다. '얼마나 아플까? 빨리 치료해 주어야지.' 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그런 마음이 있으면 자꾸 돌아보게 되고, 생각하게 되고, 빨리 치료법을 찾게 된다. p.86 :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듯이 자연은 그리고 지구는 아주 촘촘한 생태 그물로 서로 엮여 있다. 동물들은 누가 생물학을 따로 가르쳐 주지 않아도 협력과 배려 같은 질서에 잘 순응한다. 저자인 최종욱 수의사는, 수의학을 전공하고 전남대학교에서 야생 동물학을 강의하기도 했다. 그는 동물원, 목장, 도축장, 동물 부검실을 오가며 동물에 관한 신비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나는 예외로 요즘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아끼고 키우는데, 산과 강에 사는 우리 토종 동물들을 멸종 위기에서 구하는 데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평소 주위에서 볼 수 있는 흔한 동물들에게 관심을 많이 기울이지 않던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그들을 다른 눈으로 볼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가축과 실험에 쓰이는 동물들 역시 아픈 가슴으로 뒤돌아 볼 수 있게 해 준다. 아마 이 책을 통해서 수의사나 사육사가 되는 꿈을 꾸는 사람이 생길 것이다. 또, 그렇지 않은 사람들 또한 동물 보호가 중요한 일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나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실험은 당연히 안 좋은 시선으로 보고 가축에 쓰이는 동물들이 정말 불쌍하단 기분이 들었다. 그들은 아무 것도 모르고 평생....

[말모이]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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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 윤계상 주연 영화 '말모이'. 장판수(유해진)는 한낱 술을 달고 사는 평범한 아버지었다. 그에겐 학교를 다니는 아들과 어린 딸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늘 그랬듯 판수는 친구들과 가방을 훔치려다가 가방 주인인 류정환(윤계상)에게 잡히고 만다. 그런데 그들의 인연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판수가 면접을 보러 간 곳이 우연하게도 정환이 일하는 곳이었다. 사실 그곳에서 일하는 류정환을 비롯한 다섯 명은, 작은 서점 속의 비밀 공간에서 빼앗기는 중인 우리말을 모아 사전을 제작 중에 있었다. 하지만 독립은 커녕 우리말을 입 밖으로 꺼냈다간 고문소로 끌려가는 판인 상황에서 사전을 만들기란 쉽지 않았다. 그들은 십 년이란 시간 동안 우리말을 모았고, 지금은 각 지역 사투리를 모으는 중인 그들은 앞날이 막막했었다. 그 시점에서 장판수를 심부름꾼으로 섭외하게 되고 까막눈이던 그를 가르쳐 글을 읽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다양한 지역에서 경성으로 올라온 장판수의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아 어렵던 사투리 수집도 빠르게 진행되며 일이 잘 풀리게 되었다. 그걸 머리 잘 굴러가는 일본 쪽에선 조선말을 아예 없애 버릴 작정으로 그들을 철저하게 막으려고 한다. 그들은 과연 우리말 사전 만들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또 표준어 제정에 성공하여 독립하게 될까? 영화의 무대는 우리말이 금지된 시대, 1940년대 일제강점기의 경성이다. '말모이'는 주시경 선생님이 한일합병 초기인 1911년에 시작했으나, 그의 죽음으로 미완성으로 남은 최초의 국어사전 원고를 일컫는 말로, 사전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언뜻 팜플렛이나 예고편을 보고, 처음엔 별로 눈길이 안 가던 나였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니 사전을 만드는 것이 왜 나라를 지키는 일인지 알게 되었다. 서대문형무소에 끌려가는 게 두려워 내 목숨 구하는 데 신경쓰기 바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을 저 때, 조선어학회의 저들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까지도 독립이 안 되었을지도 모른다. 일...

[로빈슨 크루소]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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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바다를 좋아했던 '지구상의 바다를 모조리 정복하고 말겠다.'는 꿈을 키워왔던 로빈슨 크루소는 19세에 마침내 선원이 된다. 그는 항해 도중 폭풍우에 배가 가라앉아 가까스로 구조되는 등의 위험을 겪기도 하지만, 선원으로서의 삶을 포기하기는 커녕 오히려 아프리카로 가는 더 험난한 여정을 택한다. 그러다 배가 중앙아메리카의 카리브 해 인근에서 폭풍우를 만나 침몰한다. 그 배에서 로빈슨 크루소 혼자만 살아남아 외딴 무인도에 다다르게 된다. 그러나 예상 외로 그는 절망감을 떨쳐 내고 난파선에서 생활 도구와 무기들, 식료품 등을 챙겨 와 섬에서의 생활을 시작한다. 작은 동굴을 이용해 집을 짓고, 야생 염소를 잡아다 키우는 한편, 밀농사를 지어 빵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앵무새를 잡아다 자기 이름을 말하도록 가르치기도 하고 진흙을 구워 냄비와 그릇도 만든다. 심지어 시간표도 짜서 하루를 짜임새 있게 지내기도 한다. 어느 날 식인을 하는 야만인들이 섬에서 사람을 잡아먹는 것을 알게 된 로빈슨은 그들에게 잡아먹힐 뻔 한 포로 한 명을 구해 준다. 그리고 그에게 '프라이데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다음, 식인 행위를 그만두게 한다. 그리고 영어와 기독교 교리를 가르쳐 준다. 서로 가까워진 둘은 통나무로 커다란 배를 만들어 섬을 탈출하려고 하는데, 또 다시 야만인들이 포로를 잡아먹는 것을 보게 된다. 그들을 물리치고 포로를 구출해 보니, 한 명은 에스파냐 사람이었고 또 한 명은 프라이데이의 아버지였다. 일행이 더 생긴 로빈슨과 세 명은, 더 커다란 배를 만들어 문명세계로 돌아간다.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서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극적으로 무인도에서 살아가는 법을 스스로 터득해 살아온 로빈슨 크루소. 그는 무려 외딴 섬에서 27년을 버텼다. 그가 정말 엄청나게 대단한 이유를 들자면 첫째. 그 무엇보다 '혼자'라는 두려움을 극복해낸 것이 제일 훌륭한 일이다. 보통 평범한 사람들은 혼자선 절망하다가 스스로 목...

[주먹왕 랄프]를 감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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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 게임 '다 고쳐 펠릭스'의 악당 캐릭터 랄프와 '슈가 러쉬'의 레이싱 공주 바넬로피. 둘은 아주 각별한 단짝친구다. 랄프는 매일 같은 트렉에서 레이싱해야 하는 게 지겨워진 바넬로피를 위해 새로운 트렉을 만들어주는데, 그 시점에서 문제가 생겨 버린다. 슈가 러쉬에는 오류가 생기게 되고, 급기야 게임을 하던 아이가 핸들을 부숴버리는 일까지 일어나게 된다. 결국 슈가 러쉬 오락기는 폐기 처분을 앞둔 고물 판정을 받게 되고, 그런 걸 원한 게 아니었던 바넬로피는 우울해한다. 또 그런 바넬로피를 위해 랄프는, 신설된 '인터넷' 세상에서 슈가 러쉬 핸들을 새로 구해주려고 그곳에 들어가게 된다. 그 둘은 Evay (핸들 회사)에 가서 슈가 러쉬 핸들을 사는 경매에 성공하지만, 경매의 개념을 잘 몰랐던 랄프와 바넬로피는 무려 2만 달러나 내고 경매에 낙찰받게 된다. 그들은 그 엄청난 거액의 돈을 몹는데 과연 성공할까? [주먹왕 랄프]는 시즌 1이 나온지 꽤나 오래된 영화다. 난 시즌 1을 정말 재밌게 봐서 되게 기대하면서 2를 감상했다. 근데 기대 치고는 실망한 게 컸다. 이유를 들자면 일단 첫째, 울 랄프와 바넬로피. 매력적이고 귀여운 캐릭터들이지만, 영화는 온리 그들만에게만 조명이 켜져 있었다. 때문에 나에겐 살짝 지루한 감이 있었던 것 같다. 또 둘째. 뭐 물론 어린 아이들이 본다면 너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만한 영화다. 그런데 영화를 취미생활 중 하나로 꼽을 정도로 좋아하는 내겐... 음. 뭐랄까 너무 전형적이고 뻔한 스토리라서 재밌진 않았다. 아, 그리고 시즌 1을 다시 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으나 시즌 1의 스토리 구성이 훨씬 탄탄하고 흥미롭게 풀렸어서 그게 또 기대에 못 미쳤던 원인 중 하나가 될 수도 있겠다. 나는 비싼 돈 내고 영화관에서 보긴 좀 아까웠을 듯한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전반적인 스토리가 그렇다는 거지 오락실 캐릭터들이 인터넷에 접속한다는 소재는 너무 신선하고 좋았다. ...

[기억 전달자]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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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스는 열두 살 생일날, '기억보유자'라는 직위를 부여받는다. 조너스가 사는 세상은 말 그대로 흑백. 사회 구성원 간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모두가 똑같은 형태의 가족을 가지고 동일한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는 미래사회의 어느 마을이다. 공간적 배경은 조너스의 마을밖에 안 나와서, 이 세계의 공간적 파악은 어려웠다. 어쨌든 간에, 조너스는 자신이 부여받은 '기억보유자'라는 직위를 습득하기 위하여 선임 기억보유자에게 간다. 그는 조너스에게 '감정'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시작한다. 완벽한 사회를 조성하기 위해서 희생된 진짜 감정들을 조너스는 경험하게 된다. '사람들의 갈등을 막기 위함'이라는 취지에 앞서 만들어졌다고 해도, 극단적인 통제와 질서추구는 결국 사람답지 않은 사람을 낳게 된다는 메세지를 전하는 이 작품은 '차이'와 '평등', '안락사', '장애인', '산아 제한', '국가의 통제' 등 현대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민감한 문제들에 대해 독자들에게 생각해 볼 기회를 제시한다. 선임 기억보유자는 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그리고 애초에 왜 저 미래의 세계를 통치하는 사람은 본인만이 아닌 '기억보유자'라는 직위를 만들어내서, (그 계승을 물려받는 자들이 마냥 이 환경에 좋아라 하진 않으리란 예상을 못 했나?) 그들이 일을 터뜨리면 막 성질을 내며 사건을 처리하려고 애쓰는지 궁금해할 필요가 있다. 내가 만약 조너스가 된다면, 애초에 그가 부여받은 직위가 내겐 매우 흥미롭고 설레고 관심있을 만한 단 한 가지의 직업이기 때문에 선임 기억보유자를 엄청나게 귀찮게 했을 것 같다. 어차피 선임도 내게 최대한 빨리 알려줘서 사람들에게 '감정'이란 걸 전달할 수 있도록 도우려고 했을 테지만. 영화에서 나왔듯이 조너스는 희생적인 감정을 배우면서 인간이 인간을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