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18의 게시물 표시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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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보노보노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에세이이다. 사실 여러 주제로 나뉘어진 에세이기 때문에 딱히 줄거리랄 게 없다. 그래도 많은 주제 중 제일 인상깊었던 건 바로 '다른 사람들하고도 같이 사는 법'이다. '다들 쓸쓸해서 재미없는 이야기도 하는 거'라고. 저 문장이 왜 내 마음에 그렇게 와 닿았을까? 사실 잘 모르겠다. 지금 왜 이렇게 힘든지 나도 잘 모르는데 내 생각을 어떻게 잘 알까. 내가 요즘 외롭고 힘든 것은 사실이다. 학교에서나, 학원에서나. 또 집에서도 괜찮은 날이 없다. 아마 공감되어서 저 문장이 와닿았던 것 같다. 내가 아직 정말 조금밖에 안 살아 봤고 사실 크게 보면 인생에서 모래알만큼 작은 일이라지만 그래도 이 마음의 공허함은 나의 자존감을 꺾고 날 좀 제멋대로로 만드는 것 같다. 난 철 안 든 무례한 딸이어서 아직도 부모님이 알아주길 바라는 사소한 것 하나를 모른다. 쓸데없는 이야기라도 서로 말하고 귀 기울이는 일의 소중함을 모른다. 인생이란 게 쓸쓸한 거라서 별것 아닌 이야기라도 나누고 싶은 마음을 나는 아직도 모른다. 난 언제쯤 부모님 고생 안 시킬까. 후회할 행동 안 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들이 많을 때 최대한 도와드리고 행복하게 만들어 드리라고. 내 자신에게 외치지만 굳은 벽이 하나 있는 듯, 아직은 열리지 않을 것 같은 벽이 그 외침을 튕겨내 버린다. 이런 에세이는 날 되돌아보게 한다. 아직 영향이 크진 않지만 지금 내 상황과 생각을 정리시켜준다. 가볍게, 진지하게 분위기에 맞춰 읽으면 재밌을 것 같다. 날 조금 더 철들게 만든 책이었다. p.s. 이 책의 포인트는 사실 <보노보노>캐릭터들이지만, 그들의 이미지에 조금 더 무게를 얹었다. 보노보노와 포로리의 대화는 간결하고 가볍게 툭 던지는 것 같으면서도 사뭇 진지하고 깊은 뜻이 담겨 보인다. 특히 보노보노와 포로리의 등장이 분위기를 괜스레 귀엽게 만든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인용한 것도 흥...

[트루먼 스쿨 악플사건]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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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악플(인터넷 상의 비난성 댓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악플을 안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자기가 다는 댓글이 악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적을 것이다. 나도 사실 무심코 비난하는 댓글을 쓴 적이 있다. 내가 비난을 한 상대는 어떤 연예인이었고 방송에서 말실수를 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욕을 먹는 상황이었다. 과연 셀러브리티(유명인)라고 실언을 했다고 해서 굳이 전 국민에게 비난을 받아도 되는 걸까? 난 이 책을 읽고서 깨달았다. 그 때 비난에 동참했던 내가 그 사람보다 더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이 책은 인터넷 상에서 많이 오가는 댓글의 영향력에 대해 느끼게 하면서 조금은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글을 쓸 것을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이다. 책에서는 비난받았던 두 아이가 결국 사건의 범인이 아니고 진범은 따로 있었다고 밝혀지지만 이미 그 아이의 마음의 상처는 되돌릴 수 없었다. 정말 안타깝고 불쌍해 보였다. 사람들은 사이버 폭력이 또 하나의 폭력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직접 겪어보지 않은 이상 머릿속으로만 이해할 뿐이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악플의 영향력과 피해자, 주변 친구들, 가해자 모두의 입장을 생생하게 전하는 이 책을 읽으면 그 고통에 대해 조금은 공감할 수 있다. 어쨌든 한 번 논란이 중심에 서면 이미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어 버리고 게다가 학생이라면 생기부(생활기록부)에 기록되는 큰 상처를 입기 때문이다. 게다가 초기 피해자도 피해자지만 사건이 더 확산되면서 2차 피해가 발생하면 그때 생긴 피해자가 더 큰 상처를 입는 경우도 다수 있다. 악플을 도대체 어떻게 방지해야 할까? 내 생각엔 차단할 필요도 조금은 있는 것 같다. 요새 꽤나 많은 사이트에서 글에 욕설이나 비속어가 있으면 자동으로 걸러지는 시스템이 적용되었다. 정말 괜찮은 아이디어 같지 않나? 모든 사람들에게 악플이 해악을 인식시켜야 한다. 그가 얼마나 무엇을 어떻게 왜 잘못하였던 간에 비난받을 권리는 ...

[크뤽케]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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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뤽케]는 자신의 원래 이름을 감추고 크뤽케('목발'이라는 뜻)라고 불러 달라고 하는 한 외발의 남자와 어린 토마스의 이야기다. 피난길에 기차역에서 엄마를 잃어버리고 혼자 떠돌던 토마스는 우연히 만난 크뤽케라는 사내를 따라다니게 된다. 크뤽케는 토마스를 데리고 다니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헤어지기 힘들다는 브롱카의 말에 실종신고를 한다. 2주 정도 지나자 그들과 토마스의 엄마는 연락이 닿게 된다. 모자가 상봉하는 사이, 크뤽케는 혼자 조용히 떠난다. 크뤽케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의 가장 큰 의문이다. 그는 토마스와 있는 내내 어떤 생각이었을까. 이 책의 화자는 거의 토마스일 때가 많다. 그래서 난 계속 크뤽케의 이야기가 궁금했었다. 책의 배경이 전쟁터이고 주요 인물들 모두 민간인이다.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 의외로 침착하고 담담한 이야기라서 흥미 있게 읽었다. 또한 6.25 전쟁도 떠올랐다. 이 책이 독일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에 내용이 잘 그려졌던 이유는 아마 그 때문이 아니었을까? 사실 이 책이 딱히 엄청난 반전이라거나, 눈물 나게 슬프다거나... 아니면 특별한 사연이 담겨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마음이 욱신거렸다. 저 고난과 역경을 겪는 각박한 상황 속에서도 둘이 '인간답게' 서로를 보듬어주는 모습이 철저히 이기적이고 방관적인 요즘과는 참 달라 보였다. 6.25 때보다 물질적으로 훨씬 풍요로운데 왜 마음은 공허할까.

[누구의 탓도 아니야]

우리 반 단체 채팅방이 하나 있다. 그 채팅방에선 심심할 때 대화도 하고, 중요한 공지사항이나 급식표도 띄어 주는 꽤나 실용적인 채팅방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다. 한 아이 (A라고 가정하자.) 의 프로필 사진을 다른 아이 (B라고 가정하자.) 가 캡쳐해서 장난식으로 채팅방에 올린 것이었다. 두 명은 그 단체 채팅방에서 다퉜다. 내가 보기엔 일단 먼저 사건을 제공한 B도 잘못했지만, 그 전에 A도 다른 친구의 사진을 이유 없이 올린 적이 있기 때문에 당당하게 지적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A는 처음엔 B에게 일방적인 지적을 했지만 그 후엔 이 채팅방 자체에 문제가 많다는 말을 밷었다. 여기서 내 생각은 A가 채팅방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말을 한 것엔 문제가 없지만 B를 향한 일방적인 지적은 단체 채팅방이 아닌 개인 카톡방에서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아이들의 기존에 있던 '단톡방 규칙'에 대한 인식이 확고하지 않았던 것이다라는 게 내 결론이다. *우리 반 단체 채팅방 규칙 1. 욕설 하지 않기 2. 성적인 대화 하지 않기 3. 도배하지 않기 4. 이모티콘 사용 자제하기 5. 사진 자제하기 6. 영어 자제하기 7. 상대방 비난하지 않기 8. 과도한 대화하지 않기 9. 연예인 얘기 하지 않기 10. 연애 얘기 하지 않기 11. 카톡 도우미 만들기 12. 불필요한 대화는 개인 톡 이용하기 13. 쓸데 없는 공지 띄우지 않기 14. 밤 12시 이후로 대화 금지 15. 늦은 시간까지 대화 금지 16. 카톡 확인하기 17. 준비물, 학급공지 등 중요한 것 공지하기 아이들이 규칙에 대해 조금만 더 신중히 생각해줬더라면 저런 일들은 벌어나지 않았을 거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규칙이 있는 상황에서도 아이들이 이런 식으로 싸운다면 분명 이 채팅방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 한 번 토론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역시 단체 채팅방은 신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