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문의 기적]을 읽고
실은 부 박진정, 자 박향기 이렇게 두 명이서 사는 발바닥 자국이 지워지지 않은 문과, 먹다 남긴 음식물들이 부폐하는 고약한 냄새로 가득한 집에서 생긴 마법 같은 이야기다.
집구석이 이렇게 망가지게 된 계기는 일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향기의 모 김지나 씨는 보글보글 끓는 김치찌개에 필요한 두부를 사러 3분 거리에 있는 마트를 향하여 걸어가다가 트럭과 충돌하여 교통사고로 숨졌다.
박향기와 박진정 씨는 오직 엄마, 아내만을 믿고 의지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나고 아무 것도 스스로 할 수 없었다.
진정 씨가 바뀐 것이 있다면 밥이라곤 라면 뿐이고, 운영 중인 모자가게는 한 주에 5일을 나갈까 말까하며 향기는 학교를 갔다 하면 시곗바늘은 11시를 가리키고 있으며 침대에 눕는 시간은 12시를 넘어가는 그 뿐이었다. 이러니 하늘에서 바라보는 지나 씨는 속이 편할래야 편할 수 있겠는가.
난 멀리 떨어져 사는 고모가 돌아가신 적이 있어서 향기와 진정 씨의 기분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멀쩡히 산 사람이 사람 사는 집에 안 살고, 가게는 멀쩡히 있는데 장사를 안한다는 것과 학교를 가끔도 아니고 매일같이 지각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아니, 애초에 지나 씨가 남편과 아들을 저렇게 방치해 둔 것이 원인이었나 싶다.
그러던 어느 날 박 부자는 우연히 먹은 감의 씨가 목구멍에 걸리고, 주변에서 곧 까치가 올 거라는 말을 듣게 된다. 처음에는 두 명 모두 저 말들이 뭔 소린가 하며 흘렸다.
그러나 그건 진실이었고 까치의 입에는 'ㅈㄴ'라는 초성만이 적힌 씨앗이 있었다.
향기는 아빠 몰래 그 씨앗을 화분에 심고, 다음 날 아침 눈을 뜨니 신기한 일이 생긴 것이다. 향기의 엄마, 진정 씨의 아내 김지나 씨가 어제 심은 씨앗이 자란 나무의 열매에서 엄지 공주 같은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야기에서 진실 씨가 지나 씨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다고 하였는데, 나도 '내 친구 중 예쁘고 귀여운 요정이 있다면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여하튼 지나 씨와 만난 건 감 씨가 원인이었으며 시발점었다는 걸 알게 된 박 부자는 엄마와 함께 할 수 있는 72시간을 즐겁게 보낸다. 엄마의 등장은 진정 씨와 향기가 앞으로 할 생활에 변화를 주었고, 3일이 지나 엄마가 사라진 후 진정 씨와 향기의 변화는 발자국이 찍힌 분홍문으로 시작했다.
엄마의 조언대로 핑크가 아닌 두 사람이 좋아하는 초록으로 문을 물들였고, 엄마는 미션을 성공하여 천사가 되었다. 향기는 며칠 후 엄마의 예고대로 엄마가 천사가 됨을 확인하게 되었고, 박 부자의 삶은 완전히 바끼게 될 것 같다.
이 책의 요지는 지나 씨와 박 부자가 만나고 3일 동안 어떻게 보내는지이다.
따뜻한 분홍 문 사람들의 3일을 간접하게 접해 보니 '이 가족은 셋이 뭉치면 벛꽃이 떨어질 정도로 따뜻하고 즐거운 분위기구나.'라고 생각했다.
간만에 가족간의 공감대와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따뜻한 책을 읽어 내 마음도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읽는 내내 입꼬리가 내려가지 않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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