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020의 게시물 표시

[to all the boys I've loved before]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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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신기하게도 한국계 미국인이다. 라라 진, 그녀는 두 명의 자매와 의사 아버지와 살고 있다. 하지만 어릴 적 어머니를 잃은 세 자매는 항상 엄마를 그리워했다. 그래도 그녀에겐 멋진 언니 마고가 있었다. 엄마처럼 의지하는 하나뿐인 언니 마고에게는 완벽한 남자친구, 조시가 있었다. 라라 진은 그를 몰래 좋아하고 있었다. 난 사실 절친이나 친남매의 애인을 좋아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는다. 사랑에 정답이 없다는 말처럼, 내가 누굴 좋아하는 건 스스로 컨트롤되는 게 아니다. 우연찮게 자매가 같은 남자를 좋아할 수도 있는 것이겠지. 어쨌든, 본론으로 돌아와 결국 언니는 스코틀랜드의 대학으로 떠나며 조시와 이별하게 된다. 항상 멋졌던 마고가 정말 슬퍼하는 모습을 보며 라라 진은 많은 생각이 오갔다. 그녀는 귀여운 동생 키티, 너무나 사랑하는 마고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든든한 아빠와 살아온 근 십여 년이 정말 좋았지만, 이젠 자신도 사랑에 빠져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수많은 사건 사고 끝에 예상치 못한 친구 피터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 수많은 사건들, 정말 그들에겐 별 일들이 다 있었다. 사실 그들의 연애도 처음부터 제대로 된 것은 아니었다. 라라 진이 위기에 쳐해 피터가 도와주기로 했고, 그 도움이 바로 둘의 계약연애였다. 원래 계약연애라는 타이틀은 이야기의 흐름을 너무 뻔하게 만드는데 이 책 역시 그랬다. 그러나 하이틴 그것도 미국 하이틴 소설을 처음 접한 내게는 이런 뻔한 스토리가 환상이 되어 버렸다. 티격태격대면서도 점점 서로에게 빠지고, 결국 진심이 닿아 사랑하게 되는 한 십대 연인은 나를 포함한 모든 학생들에겐 판타지이자 로망이겠지? 나에게 큰 감동과 영향을 주었던 또 다른 영화, 노트북. 그 영화는 진정한 사랑, 어른들의 사랑이라고 매기면 이 책은 십대의 귀엽고 설렌다고 해야 할까? 항상 성장소설, 스릴러 소설, 단편집 같은 책만 읽다가 로맨스를 보니까 감회가 정말 새로웠다. 내가 십대라 그...

[관계의 온도]를 읽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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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채연은 초등학생 때 만난 수를 본지 꽤 오래 되어 기억이 흐릿하게 났던 터라 건너편에 앉은 남자애가 수인지 아닌지 헷갈려 했다. 채연은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편도 아닌 숫기없는 아이였고 수는 모두들 무서워하는 아이였다. 채연이는 명석한 학생이지만 좋지 않은 가정형편 때문에 빚을 져 명문 고등학교를 진학했다. 그에 반면, 수는 자신이 진정 해야 할 일을 발견해 학교 밖 목공소에서 나무를 다듬는 일을 배우는 중이다. 초등학생 때 채연은 수가 얼굴에 흉터가 있고 조금 괴팍한 성격의 아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하지만 달팽이 사건 이후로는 조금 더 따듯한 애라고 느꼈을 테다. 그래도 늘 사건사고의 중심에 있었던 수가 고등학생이 되어 마주했을 때 자기보다 한참은 성장한 커다란 나무가 되어 있을 줄은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채연이 학교를 재치고 수와 밥을 먹고, 목공소에 가서 나무도 만져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나는 머릿속에 그려졌다. 부러웠을 것이다. 아픈 동생을 가진 그녀는 자연스래 의사라는 꿈의 딱지가 붙여졌다. 채연은 의사라는 그 꿈이 자신의 꿈인지, 아님 동생 간호에 지칠 대로 지친 엄마의 꿈인지 혼란스럽고 피곤할 터였을 거다. 그러한 방황기에 딱 수를 만나다니 그녀에게 참 다행인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을 괴물 취급하는 학교에서 벗어나 재미있는 것을 찾아 그것에 깊이 빠져들고 몰두하며 제 길을 발굴해나가는 수. 학교가 두렵다고 하지만서도 본인이 사랑하는 일을 위해 "부딪쳐 보려고."라고 말하는 수는 내가 채연이라도 멋져 보였을 것이다. 수처럼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사람이 그 누구보다 빛이 난다. 주변의 부추김, 분위기에 휩쓸려 원치 않는 일을 위해 힘쏟는 것보다 수의 삶이 훨씬 가치있어 보인다. 원치 않는 길은 절대 나 자신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지 못한다는 건 모두들 알고 있겠지? 대한민국의 모든 채연이들이 이 책을 읽고 자신의 목표를 단단하게 굳혔으면 좋겠다.

[관계의 온도]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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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한 가족의 집 앞을 서성이는 남중생으로부터 시작된다. 그 집의 막내아들인 박진규는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였다. 지긋지긋한 입시에서 벗어나 한 달 동안 펑펑 놀며 시간을 보내던 그는 제일 꼭대기 층인 자신의 집 앞에서 교복에 후드티를 입은 남학생을 마주한다. 당황했지만 처음 보는 남학생한테 뭘 물어볼 수도 없었던 그는 그냥 지나쳐 집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가 계속해서 그 남학생을 마주치게 되면서 점점 그 아이의 정체가 궁금해지게 된다. 박진규에겐 어렸을 때의 잊고 싶은 기억이 있다. 영우는 진규에게 소중한 친구였다. 비록 중학교를 다른 곳으로 배정받은 뒤로는 연락도 끊기고 자기와 놀지 않아 멀어졌지만 둘은 초등학교 시절 친한 친구였다. 늘 자기 집에 초대해 놀던 친구가 진규를 모른 척 하자 정말 섭섭했을 거다. 그런 영우가 갑자기 진규에게 급하다며 집으로 오라는 문자 메세지를 보냈고, 진규는 반가운 마음에 한 걸음에 달려갔지만 그를 마주한 것은 너무나 작아져버린 영우였다. 영우는 다른 아이들에게 정도가 심한 괴롭힘을 당하는 중이었고 그들에게 협박을 당한 진규는 그 상황을 외면하게 되었다. 며칠이 지난 뒤 영우의 자살 소식은 온 동네를 휩쓸었다. 영우가 남긴 유언장에 진규가 없었고, 그 사실은 왜인지 박진규를 안심시켰다. 박진규는 여자친구를 만나러 나가며 방화구 뒤로 숨은 소년을 마주치면서 영우가 방화구 속으로 일진들로부터 도망친 순간이 생각나 괴로워한다. 그가 영우를 외면한 것과 박진규의 가족들이 의문의 남학생을 유령 취급한 것은 비슷한 맥락의 결말을 낳았다. 집 앞에 앉아있던 소년에게 왜 음료수 하나 건네주지 못했을까. 진규와 영우, 그리고 박씨네 가족과 의문의 소년의 관계는 깨끗할 정도로 별 거 없지만 그들은 분명 서로에 대해 많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궁금해했을 거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인물들 사이의 갈등과 시끄러운 침묵을 느꼈다. 좋은 관계가 의무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꼬인 관계는 그냥 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