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019의 게시물 표시

너와 나를 연결해 준, '느리게 가는 우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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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날 때부터 엄마를 못 본 아이들은 예상 외로 많다. 다양한 이유 중에서도 이 이야기는 주인공인 은유를 낳다가 죽은 엄마를 묘사했다. 엄마 없이 살아온 아이들은 처음에는 '왜 나한테만 없을까?'라며 이상함을 느끼다가, 어느 정도 크면 분하고, 억울해하며 가끔 울컥해할 것 같다. 그러다가 그 감정에 익숙해지고, 무뎌지겠지. 이 책에는 엄마 없이 15년을 살아온 송은유, 그녀의 엄마가 시간을 거슬러 편지를 주고받으며 결국 서로가 모녀지간임을 깨닫게 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서로가 그저 1982년과 2016년의 시대를 뛰어넘어 편지를 주고 받는 신기하고 특별한 사이라고만 생각했던 두 은유(이름이 같음). 둘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간다. 2주마다 편지를 받는 미래의 은유가 편지를 보내면 1년 뒤에 과거에 사는 은유에게 도착한다. 미래의 은유는 과거의 은유에게 수능 기출문제를, 과거의 은유는 미래의 은유에게 엄마의 얼굴을 볼 수 있게 도움을 나누기로 한다. 송은유(미래)는 15년동안 짜증나는 아빠가 입 꾹 닫고 알려주지 않은 덕분에 엄마의 이름도, 얼굴도, 아무것도 모른다. 그녀를 위해 조은유(과거)는 송은유의 아빠 송현철을 찾기 시작한다. 엄청난 노력 끝에 조은유는 송은유의 아빠를 대학 동아리에서 만나게 되고, 둘은 친구를 맺는다. 그리고 송현철을 미행하며 송은유의 엄마인 사람을 여러 단서로 찾아내기 시작한다. 그러다 결국 편지는 갑작스럽게 끊긴다. 그 시점 미래에 사는 송은유는 아빠와 관계를 회복하게 된다. 그제서야 아빠는 15년 간 숨겨왔던 은유의 엄마에 대한 얘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엄마가 은유에게 보낸 편지를 같이 전해준다. 조은유의 마지막 편지. 엄마의 마지막 편지. 눈물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엄마는 늘 네 곁에 있을 거야. 아주 예전부터 그랬던 것처럼. 이 편지가 그랬던 것처럼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2016년 11월 16일 아주 따듯한 곳에서 엄마가 시간을 거스르는 이야기는 소설로도...

[그래도 괜찮은 하루]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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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조용하다고 생각한 한 소녀가 있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원래 그런 세상인 줄 알았던 소녀는 자신만이 듣지 못한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엄마는 절망한다.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싶었던 소녀는 자기 대신 소리를 들어줄 토끼 '베니'를 그리기 시작한다. 자신이 만들어낸 토끼 '베니'와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한 소녀에 대한 희망적인 이야기다. 책 중에는 이런 말이 있다. 하루, 한 시간, 일 분 일 초... 어떤 날에는 시계를 보고 싶지가 않아요. 자꾸만 제게 남아 있는 시간이 사라지는 것 같거든요. 그래도 이제 슬프지 않아요. 아직도 제게는 희망이 남아 있거든요. - #04 나에겐 ... 너무 소중한 하루하루 그녀는 두 살 때 열병을 앓은 뒤, 소리를 잃었다. 그렇지만 그녀에게는 그림이 있었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그림으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러나 몇 년 전, 그녀는 시력도 잃게 되는 병에 걸렸다. 소리가 없는 조용한 세상에서 살던 그녀는 지금 빛까지 사라지는 세상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말하는 오감) 먹고, 듣고, 보고, 만지고, 향기 맡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더욱 울컥한다. 내가 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어떻게 예상할 수 있는가. 이 눈 속에 예쁜 것만 담고, 아름다운 것만 간직하기 위해 우리의 눈은 살아있는 거라고 느꼈다. 상상해 보자. 태어나서부터 유전적으로 청력을 잃는 것과, 성장할 대로 성장하고서 사고로 청력을 잃는 것. 어느 게 더 고통스러울까? 처음엔 태어날 때부터 아무 것도 듣지 못하는 게 차라리 낫겠다고 생각했다. 약에 중독되듯이, 한번 취한 것에서 쉽게 미련을 떼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린 정말로 축복 받은 사람들이다. 내가 당장 내일부터 소리를 잃게 된다 할지라도 14년 동안 들어왔던 숨소리, 바람 소리, 아기의 울음 소리, 피아노 연주 소리, 파도 소리.... 소리를 잃은 나...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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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 소위 미성년자들에게는 꿈이 있다. 그 중에 흔히 '성인이 되었을 때' 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 내게도 리스트가 있다. 그 중 하나를 뽑으라면 유력할 후보는 바로 자취. 요새는 1인 싱글 가구가 약 540만 명이 된다고 한다. 자취족들이 불어나는 지금, 떠오르는 주거 형태로는 셰어하우스 등이 있다. 이 책은 김하나와 황선우, 두 작가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오로지 집 이야기가 아니다. 황선우 작가는 이 책을 방패 삼아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의 집요한 압력을 표현했다고 말한다. 김하나와 황선우 작가의 현재는 내 꿈이기도 하다. 성인이 되어서 친구들과 돈을 합쳐 집 한 채로 나눠 사는 거, 내 로망이다. 마냥 좋기만 할까? 나와 다른 존재랑 공존하기란 매우 불편하다. 그러나 신뢰하는 타인만이 줄 수 있는 게 있다. 십여 년을 함께 산 가족도, 한 집에 살면서 이젠 안 싸운다는 보장이 있나? 그렇게 가까운 사람들과도 힘든 게 거주다. 그런데 친구라면 얼마나 불편할까. 난 그걸 감수하고서도 하고 싶다. 왜냐하면 그것 또한 내게 성장의 거름일 테니까. 이 책은 앞으로 더 보편화될 동거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4인가구 또는 1인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조금 더 편리한 동거생활. 김하나 작가와 황선우 작가, 두 명이 각자 살다가 함께 살게 되는 과정에서 서로 맞지 않는 성격을 맞춰나가는 게 유쾌하면서 한편으론 뭉클했다. 그냥 두리뭉실하게 '나중에 크면 꼭 친구와 살아야지!'라는 꿈이 탄탄한 이유가 받쳐주는 꿈이 되었다. 저 둘의 생활이 특수한 집이 아닌 보편적인 거주생활로 거듭났으면 한다.

[아, 그때 이렇게 말할걸!]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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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후회되는 경험은 누구나 해 보았을 것이다. 억울했던 기억, 부당한 대접을 받은 기억, 갑질과 막말의 피해자였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성격이 심하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억울하게 아무 말도 못 하고 들었던 쓴 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반복적인 상황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려주는 해답책이다. p.229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주기 위해 애쓸 필요는 없다. 그리고 그런 과거에 매어서 살기에는 내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 아깝다. 내가 내 삶에 집중하고 내 행복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최고의 복수다. 겸손하게 처신하면 상대도 태도를 바꿀 거다,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이 세상에는 다들 아는 '성선설'로는 설명이 안 되는 사람이 너무 많다. 내가 겪어온 사람들은 내게 무슨 생각으로 상처 주는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내가 그들의 페이스에 맞춰 주기보다는 그냥 이기적인 선택을 해서 결국 내가 성공하는 것. 나중에 당당히 그들 앞에서 행복해진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게 최고의 복수다. 지금 바로 현재로서는 이걸 죽어라 읽어 봤자 현실성 없고, 와닿지도 않고, 행동에 옮겨 쿨해지지도 못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모든 관계에. 또 상처주는 말에 기대라는 걸 안 하기로 했다. 내가 사람들의 행동, 제스쳐 하나 하나에 신경을 써 봤자 결국 인간관계는 물 흘러가듯이 결정된 길로 지나간다. 미래에 그들 앞에서 당당할 나에게, 현재의 찌질한 나에게. '기대'하지 말라고 말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