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보고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은 많이 없을 거다.
한 사람의 췌장을 먹으면, 먹은 사람의 몸에 그 사람의 영혼이 들어간다는 뜻이다.
아마 이 영화는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 거다. 여자 주인공이 췌장암에 걸려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
시가는 사쿠라의 클래스 메이트인데, 우연히 사쿠라의 '공병 일기'를 보게 된다.
사쿠라의 병을 알아버린 가족 예외의 유일한 사람, 시가. 그는 어쩌다 보니 사쿠라의 절친이 되어 버린다.
그녀는 남은 시간 동안을 시가와 함께 보내고 싶다고 하고, 시가는 별다른 고민 없이 부탁을 승낙한다.
그들은 같이 여행도 다니고, 거의 매일을 함께 보내며 '친한 클래스 메이트 사이'가 된다.
그러나 사쿠라의 병이 점점 악화되어, 결국 그들의 마지막 데이트 날 당일이 되었다. 둘은 자주 가던 카페에서 만나기로 한다. 그러나 시가는 기다리고 기다려도 사쿠라가 오지 않고, 연락을 받지 못했다. 늦은 저녁 집에 가던 중 전광판에서 나오는 뉴스로 사쿠라의 죽음을 듣게 된다.
사쿠라는 췌장암으로 죽은 게 아니다. 묻지마 살인사건의 첫번째 피해자였다. 카페로 가던 길에 칼을 맞아 죽은 것이었다.
이 영화는 시가 중심으로 이루어진 체계라서 사쿠라의 머릿속이 어떤지는 모두 알 수 없다.
그녀가 왜 다짜고짜 친하지도 않은, 그저 클래스 메이트일 뿐인 시가에게 함께 시간을 보내 달라고 했는지 궁금하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부분이었지.
실제로 반에서 저렇게 착하고 순수한 남학생을 찾기는 백사장에서 반지 찾기보다 어렵다. 그래서 순수한 사랑을 하는 그들이 우리 관객들에겐 와닿지 못한 게 당연할 수밖에 없다.
어쨌거나 사쿠라는 세상을 떠났고, 시가에게 떠난 사람의 사랑의 기억은 항상 우리 안에 남아서 세상을 살아가는 용기가 되어준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나 남아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때문에 우리는 더 사랑하고 열심히 헤쳐나가야 한다. 아무와도 관계맺지 않고 어떤 사회적 책임 없이 살기에는 세상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가혹하다는 것을 깊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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