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행방]을 읽고

이 책은 저자의 취미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취미인 스노보드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겔렌데 마법'. 일본에서 믿는 법칙으로, 설원 특유의 분위기 덕분에 사랑에 빠지기 쉽다고 한다.

8인의 남녀가 주인공으로 구성된 이야기는, 각자 개인 사정으로 스키장을 찾은 이들은 여러 가지 일들을 겪게 된다.
마치 꼬인 실처럼, 8명 모두가 어떠한 관계를 거친 사이고 정말 소설같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만남.
우연이라기엔 너무 신기한 만남을 이 책에선 계속해서 담고 있다.

난 모든 이들의 이야기들을 보진 않았다. 한 두 개 정도의 에피소드만 보았는데, 내 기억에서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를 얘기해보겠다.

결혼을 앞둔 미유기와 고타. 고타는 만남에 지쳐 있었다. 결혼을 미유키처럼 두근대며 기다리는 것도 아니었고, 아이가 가지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결국 점점 지쳐가 바람을 피워 버린 고타는, '결혼 전 마지막 불장난'이라며 자기합리화를 시켜 본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고타는, 눈 덮힌 산 위로 올라가는 걸 도와주는 8인승 정도의 곤돌라에서 미유키와 친구들을 보고 만다.

미유키가 고타 얘기를 계속한다. 친구들은 질문하고 궁금해하며 결혼과 지금 생활 얘기를 끊이지 않고 이어나간다.
앞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듣던 고타는, 미유키가 이미 앞에 앉은 남자가 자신이라는 걸 눈치챘으며 사과를 유도중이거나 아니면 정말 진심으로 하는 말이거나. 둘 중 하나라고 예측한다.

저 때 사과를 했어야 했다. 아니, 애초에 바람 따윌 피지 않았으면 가장 좋았겠지. 그러나 난 저 상황에서 보편적인 남자는 바람을 안 피우면 매우 힘들어보였을 거라고 감히 추측해본다.
그렇다고 고타를 이해한다는 건 아니다. 자신이 미유키와의 관계에 지쳐 있다는 걸 인지했다면 오래 만났건 짧게 만났건, 결혼을 앞두고 있던... 양가가 친분이 있던 과감히 헤어지거나 아니면 해결방안을 찾아봤어야 했었다.

미유키가 일방적으로 피해를 당한거라면 좀 이야기의 흐름에 안 맞긴 하지만, 솔직히 미유키가 저 상황에서 노력할 수 있었던 것을 찾긴 좀 어려워보인다.

내가 주인공들의 나이대도 아니고 연애를 많이 해본 것도 아닌지라 매우 주관적인 입장이었다는 걸 참고해줬으면 좋겠다.
꼬이고 꼬인 여덟 명의 사연들. 상상 이상의 황당함과 놀라움을 선사해준 이 책은 가볍게 재미로 읽어보기 좋은 것 같다. 뒷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눈 깜빡할 사이에 다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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