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017의 게시물 표시

[분홍문의 기적]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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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문의 기적]은 연분홍빛 표지에 예쁜 파스텔 톤의 핑크색이 부드럽게 발려져 있는 문을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한 가족의 이야기일 것 같지만.... 실은 부 박진정, 자 박향기 이렇게 두 명이서 사는 발바닥 자국이 지워지지 않은 문과, 먹다 남긴 음식물들이 부폐하는 고약한 냄새로 가득한 집에서 생긴 마법 같은 이야기다. 집구석이 이렇게 망가지게 된 계기는 일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향기의 모 김지나 씨는 보글보글 끓는 김치찌개에 필요한 두부를 사러 3분 거리에 있는 마트를 향하여 걸어가다가 트럭과 충돌하여 교통사고로 숨졌다. 박향기와 박진정 씨는 오직 엄마, 아내만을 믿고 의지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나고 아무 것도 스스로 할 수 없었다. 진정 씨가 바뀐 것이 있다면 밥이라곤 라면 뿐이고, 운영 중인 모자가게는 한 주에 5일을 나갈까 말까하며 향기는 학교를 갔다 하면 시곗바늘은 11시를 가리키고 있으며 침대에 눕는 시간은 12시를 넘어가는 그 뿐이었다. 이러니 하늘에서 바라보는 지나 씨는 속이 편할래야 편할 수 있겠는가. 난 멀리 떨어져 사는 고모가 돌아가신 적이 있어서 향기와 진정 씨의 기분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멀쩡히 산 사람이 사람 사는 집에 안 살고, 가게는 멀쩡히 있는데 장사를 안한다는 것과 학교를 가끔도 아니고 매일같이 지각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아니, 애초에 지나 씨가 남편과 아들을 저렇게 방치해 둔 것이 원인이었나 싶다. 그러던 어느 날 박 부자는 우연히 먹은 감의 씨가 목구멍에 걸리고, 주변에서 곧 까치가 올 거라는 말을 듣게 된다. 처음에는 두 명 모두 저 말들이 뭔 소린가 하며 흘렸다. 그러나 그건 진실이었고 까치의 입에는 'ㅈㄴ'라는 초성만이 적힌 씨앗이 있었다. 향기는 아빠 몰래 그 씨앗을 화분에 심고, 다음 날 아침 눈을 뜨니 신기한 일이 생긴 것이다. 향기의 엄마, 진정 씨의 아내 김지나 씨가 어제 심은 씨앗이 자란 나무의 열매에서 엄지 ...

[서연이와 마법의 매니큐어]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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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책을 소개하겠다.  [서연이와 마법의 매니큐어]라는 책은 서연이 시리즈의 주인공인 '김서연'이라는 초등학생의 이야기다.  미운 얼굴은 아니지만, 외모에 대해 나름대로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서연이.  어느 날, 헤이리에 있는 판타지랜드에 갔다가 마법의 매니큐어를 손에 넣게 된다.  매니큐어를 바르면 자신이 원하는 예쁜 모습으로 변하고, 매니큐어의 마법이 사라지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서연이.  김서연과 유하은이라는 두 개의 이름을 가지고 이중생활을 하는 서연이는 학교에서 자신에게 외모를 가지고 괴롭혔던 아이들에게 따끔하게 복수해준다, 뭐 이러한 이야기다. 솔직히 서연이가 떳떳하게 자기 모습 그대로 살면서 "난 못생기지 않았어!"라고 반발하던지, 아님 "그래, 내 얼굴이 예쁜 얼굴은 아니야."라며 수긍하지만 그걸 가지고 놀리는 건 아주 비겁하고 찌질한 행동이란 걸 알렸으면 했다.  하지만 분하게도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그놈의 외모지상주의 때문에 저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되지 않는다.  하지만 뭐, 이 시리즈의 주제인 '판타지'덕에 구지구지 매니큐어를 사용한 것일지도. (그냥 서연이가 용기만 조금 있었다면...하는 바람이었음) 그리고 또 책을 읽으면서 조금 이해가 '불가'했던 부분이 있다.                                     왜 서연인 구지 유하은으로서 복수를 감행했던 걸까? 아직 초등학생, 어린 나이라면 복수라는 걸 하기에는 어린 나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유하은으로서 복수보다는 괴롭힌 아이들에게 잘못된 걸 지적해주고, 앞으론 잘 해보자는 말로 좋은 마무리를 지었다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어쨌거나 책은 전체적으로 조금 아쉬웠고, 스토리는 카테...

[사실대로 말해줘]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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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대로 말해줘]는 얇은 책이지만 많은 의미를 담은 책이다. 사실 책의 분위기나 컨셉이 밝고 긍정적인 건 아니다. 고독적이고, 어두운 분위기이며 '죽음'이란 존재를 관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다. 책 뒷표지 소개글에는 '이모가 파리를 죽이는 것을 보고, 자동차에 치여 죽은 동물들도 본다. 어떤 때는 마음이 아프고 어떤 때는 아무렇지도 않다.' 라는 글이 있다. 분명 베라는 파리가 죽은 것도, 자동차에 치인 동물이 죽은 것도 보았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은 왜 차이가 생기는 걸까? 물론 나도 파리와 동물의 죽음에 대하여 느끼는 감정에 차이가 있지만, 저 한 문장으로 온 머릿속이 갖가지 생각으로 뒤엉킬 거라곤 생각치 못했다. 이제서야 생각해보면 그건 자연적인 현상이고 태도이지만, 모든 사람들이 '파리와 동물의 죽음에 대한 반응'을 다르게 하기 때문에 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죽음에 대한 다른 반응은 변화되지 못할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책은 나의 내면에 꽤나 큰 충격을 준 책이었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단어를 저렇게 쉽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했고, '죽음'은 확실히 복잡하고 어렵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언제 다시 보더라도 매번 다른 느낌으로 읽을 것 같은 책이었다.

[쇼코의 미소]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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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두 명의 친구는 일본과 한국의 교환학생 교육에서 만나 친해지며 시작한다.  그러나 서로 국적이 달라 일본인인 쇼코가 소유의 집에서 조금 머무르다가 둘은 헤어지게 되지만 쭉 팬팔을 하며 연락을 이어왔다.  그러나 소유는 쇼쿄와 팬팔을 하면서 쇼쿄의 이면을 보게 되고, 낯설다고 느낀다.  어느 날 쇼코와의 팬팔이 끊겼고, 몇 달 후에 소유는 우연히 쇼코의 지인과 서울의 어떤 시내에서 마주쳤다.  소유는 쇼코와 직접 보고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일본에 있는 쇼코의 집으로 갔다. 하지만 낯설다고 느꼈던 쇼코의 모습을 확실히 알게 된 소유는 쇼코를 깔끔하게 잊기로 결심하고 자신의 미래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 뒤로도 소유의 삶은 순탄하지 못했다.  자신이 중점적으로 잡고 있던 꿈과 미래, 그리고 가족들에 대한 감정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다. 소유가 무뚝뚝하고 재미없다고만 생각했던 가족들(엄마, 할아버지)의 이면을 발견하고 애틋함 같은 걸 발견한다.  그러나 소유는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소유가 그 사실을 깨닫은 건 할아버지가 투병을 앓으시다가 돌아가신 후였기 때문이다. 그 후 할아버지와 일정 기간동안 팬팔을 주고받던 쇼코에게 연락을 하고, 둘은 다시 만난다.  쇼코는 소유가 모르고 있던 할아버지의 이면을 잘 알고 있다.  둘이 함께 지내는 동안, 소유는 자신의 삶에 대해 조금씩 정리를 해간다.  자신의 것이 아니었던 꿈을 정리하고, 엄마와는 함께 살지 않겠지만 고향으로 내려와 살겠다고 결심한다.  쇼코는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고, 그렇게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임팩트 있거나 클라이막스가 확 전달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책이 재미있다고 느끼는 이유는, 현실적이고 담백하기 때문이다.  주인공들의 마음에 의문을 가지며 '왜 이렇게 생각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