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대왕]을 읽고

어린 소년들은 외딴 산호섬에 불시착하여 고립되는 상황에 처한다. 이런 상황에서 리더를 뽑아야 했고 조금 유별나 보였던 '랠프'라는 소년이 선출된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모든 아이들이 그에게 순응적인 태도를 보이진 않았다. 성가대원의 대장이었던 '잭'은 랠프를 리더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한 분열의 상황에서 그들은 먹고 살아남아야 했기에 멧돼지를 사냥한다. 피 맛을 본 소년들은 점점 기괴해져가며 살육을 자행한다. 제일 현명하게 행동하던 '돼지'도 잭에 의해 죽게 되고 그들은 미쳐갔다. 우리들은 대게 어린 소년 소녀들은 순수함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생활을 하고 나이를 먹으며 그 순수함을 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인간의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타락함을 느꼈다. 아이들은 구조의 가망이 점점 낮아지면서 두려움이 커지게 되고 그것은 곧 살기로 심화한다. 이러한 극한의 상황에서, 서로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고 악한 본성만이 그들을 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상태가 된다. 사람이 정말 극한의 상황에 놓이면 끝을 보여주는구나를 몸소 느꼈다. 영화 소개 같은 영상에서 성인들끼리 무인도에 고립되어 이런 끔찍한 결말을 보여주는 건 봤지만, 아이들도 결국 똑같다는 걸 보자 '어린 소년들의 모험담을 통해 인간 본성의 결함에서 사회 결함의 근원을 찾아내는 (이하 생략)'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이 작품은 '사회의 결함'에서 비롯된 인간 악의 끝을 보여주는 명작이라 가히 말할 만하다. 소년 랠프는 죽음의 끝에 이르는 순간 어른에게 구조된다. 고립된 아이들은 불가피한 정치를 해야 했고 서로 은근한 서열을 매기며 점점 본성이 드러난다. 이런 정신 나간 환경에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까. 저 아이들이 잘못 자라 이런 일을 일으킨 거라고 말할 수 있을까? 중학교 1학년 때 배운 성악설이 날 다시금 고민하게 만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