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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읽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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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컨택트 : 원제 Arrival]의 원작 소설이라고 해서 구입한 책이다. 처음엔 이 책의 내용이 영화 컨택트의 내용이 담긴 하나의 장편소설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컨택트의 원작 '네 인생의 이야기'가 담긴 단편소설집이었다. 어쨌든 SF니까 재밌을 거라 생각하고 첫 장을 읽다가 관두고 말았다. 난 나름 호불호가 확실한 편이라 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며칠 뒤 책을 펼쳐 소설 몇 개를 읽었다. 테드 창은 SF 계에서 꽤 두꺼운 마니아층을 가진 작가였다. 그의 소설은 이게 처음이라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여느 SF 와 달리 과학과, 또 인간적인 묘사를 포함한 소설을 쓰는 걸로 보인다. 내가 읽은 단편 중 '지옥은 신의 부재'라는 소설이 꽤 재미있었다. 사람들은 흔히 두려움이나 기대 앞에서 신을 찾기 마냥이다. 아주 잦은 일이고 주위에서 쉬이 볼 수 있다. 물론 나 또한 그런 적이 있었고. 과연 신과 기적, 천국과 지옥은 무슨 관계로 얽혀 있는 것인지 풀어낸다. 책의 재미가 대단치는 않고 알 수 없는 과학 용어들이 넘쳐나지만 기대 이상으로 기발하다. '컨택트'에서 느꼈던 놀라움을 한 번 더 느꼈다. 하나의 시점에서 이런 다양하며 기발하고 흔치 않은 상상력이 나온다는 게 그저 충격적이고, 신기하기만 했다. 나도 저런 상상력을 가지고 있었으면... 이런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그런데 그건 내가 바란다고 샤라라 하고 되는 꿈이 아니기 때문에. 과학적인 소양과 또한 '만약에'라는 질문으로 상상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소설이다. 과학 소설에 관심이 많다면 추천한다. 읽는 데 오래 걸렸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기에.

영화 '증인'을 감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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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배우는 변호사 역을 맡은 정우성과 자폐아 역 김향기다. 김향기는 자신의 건너편 집에 사는 할아버지가 그 집 가정부인 오미란 아줌마에게 살해당하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목격했다. 그 사건의 피고인으로 교도소에 갇혀 재판을 앞둔 오미란씨의 변호를 맡게 된 순호(정우성)는 사건을 파악해 가기 시작하는데, 지우(김향기)라는 자폐 소녀가 증인으로 재판에 참석한다는 말을 듣고 그 소녀를 찾아간다. 그 과정에서 지우는 장애를 가지고도 또래보다 성숙한 정신적 능력을 갖추고 있는 아이라는 걸 알게 된다. 지우의 증언이 실제로는 진실이라는 걸 사건 조사를 하며 알게 된 순호는 자신의 역할이자 임무인 변호사의 일을 해야 하는지, 진실에 손을 들어야 하는지 갈등하기 시작한다. 순호는 계속되는 고민 끝에 진실에 손을 들어 이 재판이 제대로 된 재판으로 끝나게 하기로 결정한다. 또 변호사가 꿈인 지우에게 이 재판에서 자신의 몫으로 성과를 얻어가는 기쁨을 안겨주는 경험을 하게 해준다. 이 영화의 핵심 카테고리는 지우에게 달려 있다. '자폐인', '장애인' 이라는 단어에 우린 어떠한 고정관념을 달고 사는가? 영화에서는 자폐가 있는 사람들은 그들만의 세계에 갇혀 있다고 한다. 자기만의 세계에서 나오기가 힘든 그들과 소통하는 방법은, 우리가 그들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당신은 좋은 사람인가요?" 지우가 순호에게 던진 질문이다. 이 질문에 순호는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재판의 결과가 뒤집히게 된 터닝 포인트다. 그 질문이 순호에게만 적용되었을까? 영화는 우리 모두에게 질문하고 있다. 마음을 여는 것보다 닫는 것에 더 익숙해져 버린 우리. 현실과 맞닥뜨렸을 때 <증인>이 준 교훈을 잘 써먹을 수 있기를 바란다. 내 자신에게도, 모두에게도.

[주기율표의 수수께끼]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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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예습 차원으로 한 번밖에 못 접해본 주기율표라는 걸 이 책으로 처음으로 알아가게 되었다. 학교에서도 엄마한테도 들은 말이지만 주기율표의 기호들은 그냥 주입식 교육으로 암기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서 나 같은 학생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찾아보기보단 그냥 죽어라 달달 외우길 반복했을 거다. 생각해 보면 사는 세상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결과물을 우리는 너무 쉽게 생각하며 과학을 암기과목으로만 치부하는 건 아닌지 생각된다. 수많은 화학자들이 우리에게 이걸 암기시키려고 자신의 인생을 걸고 이 표를 완성한 건 아니었단 걸 이 책을 읽으며 느꼈다. 곧 주기율표를 암기해야 할 학년으로 진급되는 나는 그 전에 이 책을 읽은 게 매우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고와 호기심이 인류의 발전에 큰 몫을 했다는 걸 알 기회가 또 언제 있겠나 싶었다. 내가 과학 쪽에 재능이 정말 없는 건 사실인 것 같지만 이와 예외로 요새 과학 쪽에 관심이 생겼다. 근데 이 책을 완독하면서 도움도 많이 되고, 2학년 과학에 대한 부담이 조금 덜어졌다. 또 관심이 더 생기기 시작했다. 난 타이밍을 잘 맞춰 읽어서 다행이고, 아직 주기율표를 '암기 표'라는 개념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양성자가 원소들을 수평으로 늘어세우고, 전자가 원소들을 수직으로 늘어세웠다.' <주기율표의 수수께끼> 중에서

영화 '가버나움'을 감상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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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기록도 없이 살아온 아마 12살일 소년 '자인'은 자신을 세상에 태어나게 한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다고 말한다. 어린 소년은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 자인은 동생을 여럿 가지고 있는 맏내이다. 그 중 자인이 제일 아끼는 여동생 사하르가 생리를 시작하게 된다. 자인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돈이 부족했던 자인은 생리대를 훔쳐 사하르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면서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 까닭은 자인이 사는 나라에서는 생리를 시작할 나이가 되면 시집을 보내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들켜 버리고, 사하르는 집을 떠나게 된다. 그 날 엄마와 크게 싸운 자인은 가출을 해 버린다. 터벅터벅 돌아다닌지 꽤 되었을 무렵 자인은 라힐이라는 불법 체류 중인 여자를 만나게 된다. 배도 고프고 잘 곳도 없던 자인은 그 여자에게 도움을 청한다. 라힐은 1살짜리 아기 요나스를 낳아 몰래 숨겨 키우면서 살고 있었다. 라힐은 어쩔 수 없이 둘을 맡아 키우게 되고, 자신이 일을 나가면 자인이 요나스을 돌보는 식의 조건으로 함께 지내게 된다. 그러다 결국 라힐은 경찰에게 붙잡혀 체류자들과 감옥소에 갇히게 되고, 자인은 어떻게든 요나스를 먹이고 돌보며 버티려고 했지만 한계에 달하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질 나쁜 남자에게 요나스를 맡기고 떠나려고 한다. 그런데 돈이 부족해 집으로 간 자인은 사하르가 시집간 남자에게 강간당해 죽었다는 걸 알게 되고, 분에 차서 그를 칼로 찌른다. 자인은 엉켜 버린 자신의 인생을 세상에 말할 수 있을까? 라힐은 요나스를 무사히 되찾을 수 있을까? 자인, 요나스, 라힐, 사하르 등 주요 역할을 연기한 주연 배우들은 모두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촬영했다. 감독은 '가버나움'을 실제 전문 배우들이 묘사하는 것은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되어 그런 선택을 했다고 한다. '가버나움'의 모든 배우들은 다른 누군가를 연기하거나 흉내 내려 하지 않았고,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