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호프 단편선]을 읽고 3

<거울> 넬리는 끔직히 사랑하는 자신의 남편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다. 둘은 부부고 한날 한시에 같이 눈을 감을 순 없다는 걸 그녀도 알았다. 아마 뒷부분에 나오는 묘사로 보아 제목은 그녀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을 의미하는 것 같다. '내가 잠이 들었었나 보지..'라며 한숨을 내쉬는 모습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진다. 남편을 이토록 사랑하고, 그가 죽는 모습을 지켜만 보는 넬리가 너무 안타까웠다. 거울과 같이 한 걸음 물러서 나 자신을 지켜보면서 그녀는 자신이 왜 이런 고통을 느껴야 하지? 라고 한다. 그녀에게 사랑과 결혼 생활은 인생의 전부였고 촛농이 아슬아슬 흘러내리다가 결국 불이 꺼진 것처럼 그녀의 세상이 무너졌다. 어쩌면 그런 그녀가 결혼 생활에 얽매여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생각하는 억압과 같은 얽매임이 아니라 스스로가 한 모퉁이에 너무나 의지하며 살아왔기에, 불씨가 꺼지는 순간 비틀거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인생의 가치관은 내 정신 깊숙히 자리잡고 있는 핵과 같은 존재여서 컨트롤하기란 어렵다. 그녀 역시 자신의 전부를 사랑에 쏟는 것보단 스스로를 사랑하고 주위를 둘러보지 않았던 이유가 그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들은, 지금 같은 시기엔 더더욱, 스스로를 압박하고 자책하는 중이진 않는지 한 번쯤은 비춰봐야 할 필요가 있다. 조금 더 편안하게 느슨하게 삶을 즐기라고 하고 싶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매 순간을 즐기면서. 과거의 행복을 붙들고 버티며 아슬아슬 살아가는 것보단 앞으로의 행복을 찾아갔으면 한다. 내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항상 반복되는 일상에 어떠한 변화를 줄지, 매일 고단한 하루를 어떤 식으로 생기있게 만들지 고민해볼 시간은 많으니까. 많은 사회인들이 하루가 끝나면 이런 사소한 생각도 할 틈 없이 피곤에 쩔어 잠을 잔다는 게 너무 속상하다. 이 이야기처럼 '거울' 밖에서 본인의 모습을 비춰 보며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되었다. 옛날 고전 시대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