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20의 게시물 표시

[체호프 단편선]을 읽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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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넬리는 끔직히 사랑하는 자신의 남편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다. 둘은 부부고 한날 한시에 같이 눈을 감을 순 없다는 걸 그녀도 알았다. 아마 뒷부분에 나오는 묘사로 보아 제목은 그녀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을 의미하는 것 같다. '내가 잠이 들었었나 보지..'라며 한숨을 내쉬는 모습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진다. 남편을 이토록 사랑하고, 그가 죽는 모습을 지켜만 보는 넬리가 너무 안타까웠다. 거울과 같이 한 걸음 물러서 나 자신을 지켜보면서 그녀는 자신이 왜 이런 고통을 느껴야 하지? 라고 한다. 그녀에게 사랑과 결혼 생활은 인생의 전부였고 촛농이 아슬아슬 흘러내리다가 결국 불이 꺼진 것처럼 그녀의 세상이 무너졌다. 어쩌면 그런 그녀가 결혼 생활에 얽매여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생각하는 억압과 같은 얽매임이 아니라 스스로가 한 모퉁이에 너무나 의지하며 살아왔기에, 불씨가 꺼지는 순간 비틀거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인생의 가치관은 내 정신 깊숙히 자리잡고 있는 핵과 같은 존재여서 컨트롤하기란 어렵다. 그녀 역시 자신의 전부를 사랑에 쏟는 것보단 스스로를 사랑하고 주위를 둘러보지 않았던 이유가 그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들은, 지금 같은 시기엔 더더욱, 스스로를 압박하고 자책하는 중이진 않는지 한 번쯤은 비춰봐야 할 필요가 있다. 조금 더 편안하게 느슨하게 삶을 즐기라고 하고 싶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매 순간을 즐기면서. 과거의 행복을 붙들고 버티며 아슬아슬 살아가는 것보단 앞으로의 행복을 찾아갔으면 한다. 내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항상 반복되는 일상에 어떠한 변화를 줄지, 매일 고단한 하루를 어떤 식으로 생기있게 만들지 고민해볼 시간은 많으니까. 많은 사회인들이 하루가 끝나면 이런 사소한 생각도 할 틈 없이 피곤에 쩔어 잠을 잔다는 게 너무 속상하다. 이 이야기처럼 '거울' 밖에서 본인의 모습을 비춰 보며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되었다. 옛날 고전 시대 작가...

[체호프 단편선]을 읽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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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베짱이'를 읽어 봤다. 베짱이는 읽을 수록 왜 체호프의 단편집들이 유명한지를 알게 되었다. 짧은 몇 장 안에 이야기를 다 담아내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 '베짱이'는 바람에 관한 이야기인데 주인공인 이바노브나는 젊잖고 명석한 남편이 있지만 예술과 사교 모임을 즐기며 사는 그녀와는 너무 다른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지쳐간다. 그러면서 얼떨껼에 한 화가와 바람이 나고, 본인의 잘못을 자각하고 뉘우치면서도 그에게 느끼는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다. '바람'이라는 주제를 다룬 것을 보아하니 고전소설치곤 정말로 현대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책으로 보였다. 사실 바람핀다는 것은, 그것도 연인이 아닌 부부 사이의 바람은 더더욱 용납될 수 없는 문제이다. 며칠 전 우연히 한 드라마의 클립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그 내용 역시 부부 심리상담전문의로 보이는 한 여자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어떤 부부의 이야기였다. 내용은 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바람 맞은 아내는 자신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 '남자라면 그런 실수는 한 번 정도 있는 게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사실 처음 그 말을 들으면서 잠시 '남자들은 그런 건가? 결혼 생활을 하면서 한 번쯤은 그런 실수가 용서되는 게 보편적인 건가?'라는 생각을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어떤 경우에서도 용납될 수 없는 게 바람피는 거라고 생각한다. '연인이 서로에게 설레는 감정을 평생 안고 살 수는 없다'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 봤다. 물론 그렇기에 자식들로 가정 체계가 끈끈해지는 것일 테고 언젠가부터는 서로가 정으로 함께 살아간다는 말도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사랑이란 것이 가슴이 콩닥거리고 떨리는 감정만으로 정의될 순 없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친구와 친구 간의 사랑, 스승과 제자 간의 사랑, 애완 동물과 주인 간의 사랑 또 형제나 자매 간의 사랑 등 세상엔 정말 다양하고 많은 종류의 사랑이 있다. 사람들은 결코 아내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