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을 읽고

이 책의 주인공인 김지영은 매우, 매우 보편적인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한 여성이다. 처음엔 간략한 현재 그녀에 대한 프로필 소개로 시작한다. 그러다가 지영 씨의 이상한 증상들을 보여주더니, 갑자기 어릴 적으로 리셋된다. 김지영이란 우리나라에서 사는 '보통 여성'의 삶을 처음부터 끝까지 써내려간 책. '82년생'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옛날 우리나라의 성차별이 심했던 때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21세기 출생자들을 제외하고선 꽤나 많은 여성들이 공감할 책일 거다. 김지영 씨는 성차별을 받을 때마다 묵묵히 삼키는 캐릭터였고, 그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사람들 중에는 말을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여러 가지로 마음의 스크래치를 남긴 지영 씨의 주위 인물들. 보면서 감정이입을 해서 나도 모르게 씩씩대버렸다. 보통 여자였던 지영 씨보다 난 지영의 언니인 김은영 씨가 더 맘에 들었었다. 엄마나 아빠의 차별적인 말을 들었을 때 지영 씨보다 나서서 대들었던 것도 은영 씨였고, 어디서 꿀리지 않을 고집스러운 성격이 왠지 지영보다 훨씬 멋있었다. 아마 나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느꼈을 거 같다. 작가는 보편적인 사람을 더욱 많이 보여주기 위해서, 또 은근하게 언니를 통해서 우리가 원하고 더 좋아할 만한 성격을 가진 사람도 보여주기 위해서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낸 것 같다. 읽으면서 실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차별들을 보는데 되게 먹먹했다. 처음부터 작가의 말, 해설까지 깔끔하게 완독하면서 계속 그랬다. 왜 이게 한동안 흥했는지 알 것 같다.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