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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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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인 김지영은 매우, 매우 보편적인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한 여성이다. 처음엔 간략한 현재 그녀에 대한 프로필 소개로 시작한다. 그러다가 지영 씨의 이상한 증상들을 보여주더니, 갑자기 어릴 적으로 리셋된다. 김지영이란 우리나라에서 사는 '보통 여성'의 삶을 처음부터 끝까지 써내려간 책. '82년생'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옛날 우리나라의 성차별이 심했던 때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21세기 출생자들을 제외하고선 꽤나 많은 여성들이 공감할 책일 거다. 김지영 씨는 성차별을 받을 때마다 묵묵히 삼키는 캐릭터였고, 그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사람들 중에는 말을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여러 가지로 마음의 스크래치를 남긴 지영 씨의 주위 인물들. 보면서 감정이입을 해서 나도 모르게 씩씩대버렸다. 보통 여자였던 지영 씨보다 난 지영의 언니인 김은영 씨가 더 맘에 들었었다. 엄마나 아빠의 차별적인 말을 들었을 때 지영 씨보다 나서서 대들었던 것도 은영 씨였고, 어디서 꿀리지 않을 고집스러운 성격이 왠지 지영보다 훨씬 멋있었다. 아마 나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느꼈을 거 같다. 작가는 보편적인 사람을 더욱 많이 보여주기 위해서, 또 은근하게 언니를 통해서 우리가 원하고 더 좋아할 만한 성격을 가진 사람도 보여주기 위해서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낸 것 같다. 읽으면서 실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차별들을 보는데 되게 먹먹했다. 처음부터 작가의 말, 해설까지 깔끔하게 완독하면서 계속 그랬다. 왜 이게 한동안 흥했는지 알 것 같다. 재미있었다.

[엄마는 페미니스트]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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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친구가 딸아이를 키우는데, 나름 전문적으로 알려줄 수 있는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했는지 저자에게 연락을 했다. '아이를 페미니스트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열다섯 가지의 챕터가 있다. 하지만 다 설명하려면 손가락이 아플 테니 난 내가 꽂혔던 한 가지만을 가지고 얘기할 것이다. 본문에서는, '네가 내 제안을 모두 따른다고 해도, 아이가 네 바람과는 다르게 자랄 수 있다는 점 잊지 마. 산다는 게 항상 뜻대로 되지는 않잖니. 중요한 건 네가 노력한다는 거야. 그리고 항상 네 직감을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믿어. 아이에 대한 사랑이 너의 길잡이가 되어 줄 테니까.' 라는 부분이 있다. 나는 마지막 두 문장이 정말 맘에 든다. '내 직감이 옳은 이유는 내가 아이를 사랑하니까. 그래서 길잡이가 되어 줄거야.' 라는 말인 거 같다. 사실 딱히 이유랄 건 없지만 저 문장이 매우 맘에 들었다. 여덟번째 제안. 호감형 되기를 거부하도록 가르칠 것. 제일 인상적이었던 부분이다. '누군가가 너를 좋아하지 않아도 너를 좋아하는 사람이 나타날 거라고  말해 줘. 네가 남들이 좋아하거나 싫어할 수 있는 대상일 뿐만 아니라 남들을 좋아하거나 싫어할 수 있는 주체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가르쳐 줘.'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관심받는 걸 즐기는 경향이 없잖아 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불안하기도 하고, 너무 들뜨기도 했다. 나는 내가 주체 이기보단, 대상 으로써 더 많은 면을 비춘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이후로도 난 아직 그런 습관을 못 고치고 있다. 이게 페미니즘에 관한 책이기도 하지만 내겐 좀 다른 영감도 준 책이었다.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 같기도 하나 읽어 보길 추천한다.